‘신한 꿈도담터’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신한금융 제공] |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 경상북도 구미시에 위치한 구미공단에서 근무하는 학부모 A씨는 직원 자녀들을 위한 전용 어린이집 ‘IBK 구미사랑 어린이집’이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 배우자도 근처 공단에 근로하는 맞벌이 부부이기 때문에 육아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은행이 영업점포를 활용해 공단과 함께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 “임신 사실을 처음 알고 나서 겁이 났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기를 건강하게 낳고 학교도 다니고 있죠. 우리금융그룹의 지원사업으로 스무살이 될 때까지 생활비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에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난 아기지만, 옆에서 도와주는 분들이 계시니 아기 보호자로서 든든하게 지켜주고 열심히 키워야 겠다는 생각을 해요” (미혼모 B씨)
은행 점포가 지역 돌봄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디지털화에 따라 점포를 찾는 고객이 계속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유휴점포를 역(逆) 이용해 지역사회의 역할을 복원하겠다는 복안이다. 은행권은 지역별 유휴점포 활용 외에도 농촌 소외지역을 찾아가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고, 또 미혼모 자녀들을 위한 보육 시설을 지원하는 등 ‘상생’에 힘쓰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고객 확보에도 선제적으로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저출산 시대가 되면 금융기관도 금융소비자가 줄어들어 일종의 영업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비용절감 및 점포축소가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면서도 “이자이익으로 인해 은행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점포를 활용한 어린이집·노인쉼터 등 사회공헌활동을 한다면 금융소비자들에게 은행 접근성을 더욱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IBK남동사랑 어린이집서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IBK기업은행 제공] |
3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국내 산업단지 안에 위치한 은행 유휴공간을 활용해 어린이집을 설립·운영하고 있다. 2018년 인천 남동공단에 ‘IBK 남동사랑 어린이집’ 처음 설립됐을 때는 컨소시엄 참여 중소기업이 29개였지만, 5년 만에 33개(지난 8월 기준)로 늘었다. 이 어린이집에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자녀 42명이 등원 중이다. 남동공단 소재 중소기업의 근로자 자녀라면 누구나 입원 가능하며, 기업은행이 근로복지공단·인천광역시와 손잡고 설치비와 운영비를 전액 지원한다.
1년 뒤에는 구미공단에도 중소기업 근로자 전용 어린이집인 ‘IBK 구미사랑 어린이집’도 개원했다. 기업은행 구미4공단지점 2층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또 중소기업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을 위해 오후 9시 30분까지 연장·운영하는 게 특징이다. 입학비, 특별활동비 등 교육비도 전액 지원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고 저출산 문제 해결 등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진행된 사업”이라며 “중소기업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의 이같은 움직임은 실제 영업 점포의 통페합 움직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영업의 중심이 급격하게 비대면으로 옮겨가면서 유휴 부동산을 매각하는 은행의 움직임도 급격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6월 말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국내 영업점포 수는 4291개였지만, 지난해 6월 말 기준 3279개로 7년만에 23% 넘게 급감했다.
아울러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성인 10만명 당 시중은행 지점 수 역시 2011년에는 18.22개였던 반면 2021년 말에는 13.65개로 10년 만에 5개가 줄었다. 금융 업무의 비대면화가 비중을 넓혀감에 따라 점포에 대한 접근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은행은 증가하는 유휴점포를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돌봄 기관’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확장하고 있다. 전 은행권에 ‘상생금융’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은행의 자산을 가지고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그림이다.
김상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의 사회공헌 활동이 대동소이하다는 건 그만큼 관성에 젖어있다는 의미”라며 “장학금·이재민 돕기·금융교육 등 천편일률적인 활동에서 벗어나, 개별 은행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저출산·고령화에 집중 대응하거나 환경 문제에 대한 지속적 지원을 확대하는 등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신한 꿈도담터’에서 체험학습을 하고 있는 아이들.[신한금융 제공] |
기업은행 외에도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은행권의 역할은 다양하다. 우리금융그룹의 우리금융미래재단은 지난 7월부터 여성가족부,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함께 명동성당 서울대교구청에서 협약을 체결하고, 미성년 미혼 한부모의 자립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20세 미만 미성년 미혼모는 성년이 될 때까지 매월 5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받게 된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24세 미만 미혼모도 별도 신청을 통해 최대 1년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우리금융그룹의 ‘미성년 미혼 한부모 자립 지원사업 추진 현황’에 따르면 2022년 인구총조사 기준 전국 미성년 미혼 한부모 157명 중 약 57.3%가 해당 사업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금융은 이 사업을 통해 직므까지 미혼모 85명, 미혼부 5명에 총 1억4000만원을 지원했다.
신한금융의 신한금융희망재단 역시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발맞춰 부모들의 육아부담 경감 및 여성 경력단절 예방을 위해 맞벌이 가정 자녀들의 방과 후 돌봄활동을 지원하는 ‘신한 꿈도담터’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신한금융희망재단은 지난 2018년부터 여성가족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국에 공동육아나눔터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148개의 ‘신한 꿈도담터’를 개소해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총 200개소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보다 폭넓은 지원을 위해 돌봄 대상을 기존 초등생에서 영유아를 포함한 미취학 아동까지 확대하고, 리모델링 대상 선정 요건을 기존 최소 20평 이상에서 15평 이상의 노후시설로 완화해 진행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올해는 ‘신한 꿈도담터’의 지원 대상 확대 및 요건 완화에 따라 더욱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며, “신한금융은 저출산 극복 및 여성 경력단절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사회 각계각층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