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부부에 대한 분양 사기, 하나의 범죄로 처벌해야”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분양사기 범죄의 피해자가 부부인 경우 하나의 범죄(포괄일죄)로 처벌하는 게 맞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가해자 입장에선 하나의 범죄에 범행 이득액이 합쳐짐에 따라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됐다. 이득액이 5억원을 초과하면서 단순 형법이 아닌 특별법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권영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를 받은 A씨에게 이같이 판결했다. 대법원은 “원심(2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부동산컨설팅업체를 운영한 A씨는 2010년 11월, 피해자 부부에게 분양사기 범죄를 저질렀다. “임야 일부를 매수해 분양받은 다음 원금과 수익금을 지급해주겠다”고 했지만 처음부터 거짓말이었다. A씨에겐 이러한 능력·의사가 없었고, 피해자들에게 뜯어낸 돈을 개인 빚을 갚는 데 사용했다.

검찰은 A씨에게 형법상 사기가 아닌 처벌 수위가 더 무거운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범행 이득액이 5억원을 넘으면 특별법을 적용할 수 있는데, A씨가 부부에게 뜯어낸 돈은 각각 4억7500만원, 1억원이었다. 검찰은 이를 하나의 범죄로 보고 범행 이득액이 총 5억7500만원이므로 특별법을 적용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하급심(1·2심)의 판단도 같았다. A씨에게 특별법을 적용해 가중 처벌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부장 신교식) 판사는 A씨에게 징역 5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과거 동종 전과가 있었고, 무면허 운전 및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사기 범행까지 함께 처벌한 결과였다.

2심은 징역 4년 10개월 실형으로 감형을 택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춘천) 1형사부(부장 김형진)는 유죄 판단은 유지하면서도 “A씨가 토지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금부족에 시달리던 중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2심 판단에 대해 불복했다. 대법원에 상고하며 “피해자 부부에 대한 범행을 별개의 범죄 행위(실체적 경합)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피해자들은 부부지만 각 피해자의 인격은 별개이고, 재산도 개별적으로 관리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법리적인 측면에서 감형을 노린 주장이었다. 만약 해당 범행을 별개의 범죄로 본다면, 각각의 범행 이득액이 5억을 넘지 않으므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법을 적용할 수 없다. 단순 형법상 사기죄가 적용되기 때문에 처벌 수위도 낮아지게 된다.

대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2심) 판단을 수긍하며 해당 판결을 확정했다.

물론 A씨가 피해자 부부에게 계약서를 각각 개별적으로 받았고, 피해자들도 각각 본인 명의의 계좌에서 A씨의 계좌로 송금한 사정이 있긴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하나의 범죄로 처벌하는 게 타당하다”며 “A씨의 기망행위가 피해자들에게 공통으로 이뤄졌고 피해자들도 노후 대비를 위한 자산 증식이라는 공통의 목적 아래 투자를 결정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부부로서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다는 인식 아래 A씨가 투자금 전체에 대해 사후적으로 담보를 설정해줬던 것으로 보인다”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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