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일요일에 산책도 할 겸 마트에 오니 너무 좋습니다. 쉬는 날 급하게 살 것들도 많았는데 이제 걱정할 우려도 사라졌습니다.”
서초구가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등 준대규모점포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했다. 손님들은 대부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반겼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서초구는 전날부터 관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둘째·넷째 주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해 운영을 시작했다. 대형마트 3곳과 기업형슈퍼마켓 31곳 등 총 34곳에 적용된다. 킴스클럽 강남점은 둘째·넷째 주 월요일, 이마트 양재점과 롯데마트 서초점을 포함한 나머지 매장은 같은 주 수요일에 쉰다.
서초구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은 서울시 자치구 중 첫 사례다. 서울 동대문구도 다음 달부터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할 계획이다. 성동구도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다.
대형 유통업계는 의무휴업 전환 효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주말 영업 허용이 곧 매출 증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요일 영업이 가능해지면 일요일에 방문하지 못한 고객들이 대형마트에 찾아오기 때문에 주말 매출이 상승할 것”이라며 “지역에 따라 주말 매출이 평일보다 2배 넘게 차이가 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유통 생태계 변화로 제도의 본래 취지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유통사와 전통시장의 상생을 위해 준대규모 점포의 의무휴업일을 월 2회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장이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로 바꿀 수 있다.
유통 생태계가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면서 제도의 실효성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유기업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전체 소매시장에서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1.7%에서 12.8%로 줄었는데, 같은 기간 전통시장 비중도 13.9%에서 9.5%로 덩달아 줄었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평일 전환으로 주변 상권이 살아났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해 2월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대구시의 경우 6개월간 슈퍼마켓, 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대형마트, SSM, 쇼핑센터 제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늘었다, 대형마트와 SSM 매출 증가폭(7%)보다도 크다.
정부도 최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국민 쇼핑 편의를 획기적으로 증진하기 위해 의무휴업 공휴일 지정 원칙을 삭제하는 내용의 유통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마트 노조와 일부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7일 서초구청 앞에서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 추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청에 근로자들의 공휴일 휴식권을 보장해달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