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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재정적자가 이어지면서 4월 총선 후 본격적으로 담뱃값 인상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세수 부족과 정부가 세운 흡연율 감소 목표가 맞물리며 10년에 한 번씩 담뱃값이 오르는, 이른바 ‘10년 주기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담뱃값 인상 계획은 없다”면서 선을 그었다. 기재부는 지난달 17일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담뱃값 인상에 대해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의 거듭된 부인에도 인상설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업계는 10년 주기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12월 500원이 올랐고,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월 2000원이 인상됐다. 10년 가까이 담배 가격 변동은 없었다.
흡연율 감소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담뱃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꾸준하다. 정부는 2021년 발표한 제5차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에서 2030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을 25%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2022년 기준 성인 남성 흡연율은 30%다.
특히 종합계획에는 담배가격에 대해 ‘WHO 평균에 근접하도록 건강증진부담금 등을 인상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다. OECD 평균 담배가격은 한화 기준 8000원 수준이다. 다만 복지부 관계자는 당시 브리핑을 통해 “담뱃값 인상은 10년간 계획”이라며 “국회에 건강증진부담금을 인상하는 법안이 상정되어 있듯 10년 안에는 구체적으로 증진 부담금을 올릴 기회가 올 것”이라고 했다.
업계는 올해 대한금연학회에서 발표한 흡연율 관련 논문도 일종의 ‘여론 탐색’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에 앞서 일반적으로 여론의 반응을 살피곤 했다”며 “학회 논문도 인상에 대한 여론을 살펴보는 과정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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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대한금연학회는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보건대학원 연구팀의 ‘SimSmoke를 이용한 2030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 남성 흡연율 목표 달성 전략 탐색’ 연구 결과를 학회지에 게재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행 흡연 정책을 유지할 경우 2030년 성인 남성 흡연율은 32.24%로 예측됐다. 금연구역 확대와 정책 홍보를 병행하더라도 29.7% 정도까지만 내려간다. 반면 담배가격을 8000원으로 올리는 비가격 정책을 강화하면 2030년 흡연율을 24.6%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격 인상만으로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누적된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담뱃값 인상이 가장 유력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달 초 기재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계 관리재정수지는 64조9000억원 적자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 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수치다. 실질적인 나라 살림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4500원짜리 담배(궐련형)에는 담배소비세 1007원, 개별소비세 594원, 지방교육세 443원, 부가가치세 438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841원이 붙는다. 세금과 부담금만 총 3323원이다. 이는 담배가격의 74%에 해당한다. 지난해 국내 담배 판매량은 36억800만갑이다. 판매량을 기준으로 담뱃값을 8000원으로 올리면 11조원에 세금을 걷을 수 있다.
다만 고물가 상황이 계속되면서 인상되더라도 인상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OECD 평균까지 한 번에 올릴 경우 가처분 소득이 월 10만원 이상 줄어 서민 부담이 눈덩이로 불어날 수 있어서다. ‘점진적 인상’은 복지부가 2021년 밝힌 “담뱃값 인상은 10년간 계획”이라는 것에도 부합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