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라면 지인과 오리고기를 먹을 때 한 번쯤은 이런 말을 듣는다. “오리고기 기름은 괜찮아.”흔히 오리고기 기름은 다른 고기와 달리 성인병, 비만 걱정 없이 먹어도 좋다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 왜일까.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오리고기는 한국인이 주로 먹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중에서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가장 높다. 오리고기 기름엔 올레산, 리놀레산 등의 불포화지방산이 비교적 많은 것이 사실이다. 오리고기를 ‘날아다니는 등푸른생선’이라 부르는 이유다.
반면 몸에 해로운 포화지방은 낮은 편이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표에 따르면100g(생것) 기준으로 돼지고기 삼겹살의 포화지방 함량은 13.2g에 달하지만, 오리고기(껍질 포함) 함량은 6.1g으로 적다.
라이신 등의 필수아미노산도 많다. 필수아미노산은 근육의 기능과 회복에 필수적인 영양소다. 대사조절이나 피로회복에 좋은 비타민 A와 B군도 풍부하다.
다만 장점이 많은 오리고기도 어쩔 수 없는 ‘붉은 고기류’다. 붉은 고기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과도한 섭취를 제한하라고 권고하는 식품이다. 오리고기 기름은 몸에 좋다며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특히 ‘껍질’은 제거해서 먹는 것이 좋다. 껍질이 포함된 오리고기 100g의 포화지방은 6.1g이지만, 껍질을 뺀 살코기의 포화지방 함량은 1.1g에 그친다.
오리고기를 껍질째 먹으면 돼지고기 등심보다 열량과 포화지방이 모두 높아진다. 돼지고기 등심(생것) 100g의 포화지방은 1.3g, 열량은 135㎉인 반면, 껍질을 포함한 오리고기(생것)의 포화지방은 6.1g에 열량도 249㎉로 더 높다. 물론 오리고기 구이에서 즐기는 바삭한 껍질은 만족스러운 맛을 내어준다. 하지만 닭고기의 껍질처럼 오리고기 역시 가급적 껍질을 제거하고 이용하는 것이 더 건강하다.
오리고기는 대부분 구이로 즐겨 먹지만 샤브샤브나 볶음, 탕, 찜 등으로도 즐길 수 있다. 특히 들깨를 함께 이용하면 오리고기와 들깨에 풍부한 불포화지방산의 효능을 더욱 기대할 수 있다. 고소한 맛도 올라간다. 이때 오리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아주는 고사리를 넣어주면 좋다. 팬에 오리고기와 고사리, 표고버섯, 양파, 풋고추 등을 넣고 볶은 다음, 위에 들깻가루를 넣으면 완성이다.
고사리 외에도 부추나 미나리 역시 오리고기의 느끼함을 없애주는 채소다. 오리고기를 부추와 함께 찜요리로 만들면 구이와는 또 다른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매콤한 ‘오리고추장찜’도 별미다. 고추장 양념에 살만 발라낸 오리고기와 당면, 양파, 감자 등을 넣고 조리하면 된다. 육성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