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시온 암흑물질 탐색 연구에 활용된 실험장비.[IBS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암흑물질은 우주 물질의 약 85%를 구성하지만, 본질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국내 액시온 암흑물질 사냥꾼들이 액시온을 조금 더 궁지로 몰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 연구진은 암흑물질 사냥 범위를 좁힌 논문 두 건을 국제학술지에 연달아 발표했다.
암흑물질의 후보로 거론되는 액시온(Axion)은 아주 작은 질량을 가지며, 주변을 진동하며 떠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물질을 잡아내기 위해 과학자들은 강력한 자석을 쓴다. 액시온이 자기장과 만나면 질량에 상응하는 주파수를 갖는 광자(빛)로 변환된다. 미약한 세기의 주파수를 공진기를 이용해 증폭하고, 검출하면 해당 영역의 액시온 존재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문제는 액시온의 질량 즉, 변환된 주파수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예측된 방대한 주파수 영역을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듯 조금씩 바꿔가면서 탐색해야 한다. 이론이 예측하는 액시온의 주파수 영역은 FM 라디오 주파수 영역보다 5000만 배가량 넓다. 이에 액시온 연구자들은 목표로 하는 각 영역 맞춤형 장비를 개발해 일부분씩 액시온의 흔적을 샅샅이 찾는다.
액시온 검출 확률이 자기장이 클수록 높아진다는 점에 착안, 연구진은 지구자기장의 24만 배에 이르는 12T(테슬라)의 자석을 구현했다. 신호 검출을 방해하는 배경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초저온 환경을 마련하고, 양자역학 원리에 기반한 첨단 판독 전자장치를 사용해 탐색 속도를 대폭 높였다.
정우현(오른쪽) 연구위원과 안새벽 박사후연구원.[IBS 제공] |
이렇게 구축한 장비로 연구진은 액시온 질량이 4.24~4.91µeV(마이크로전자볼트, 주파수로 1.025~1.185GHz)에 해당하는 주파수 범위를 세계 최고 감도로 탐색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8월 12일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X’에 게재됐다.
정우현 연구위원은 “약 1GHz의 주파수 영역에서 초당 약 100건의 DFSZ 액시온-광자 변환이 발생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불필요한 배경 잡음은 초당 약 4000개에 달한다”며 “실험의 난이도로 인해 DFSZ 액시온을 탐색할 수 있는 연구팀은 전 세계적으로 두 곳뿐이었고, 이 중 1GHz 이상의 주파수에서 고감도로 액시온 탐색에 성공한 건 현재까지 IBS 연구진이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의 고주파수 팀은 기존 액시온 실험이 저주파 신호 탐색에 주목하던 것과 달리 더 높은 주파수에 주목한다. KSVZ 이론에 근거해 액시온의 질량을 예측한 최근 연구들이 20~30µeV(주파수로 4.8~7.25GHz)의 고주파수 영역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고주파 신호를 탐색하려면 주파수 신호를 증폭하는 공진기의 부피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부피가 줄면 액시온이 광자로 변하는 확률도 감소해 같은 양의 데이터를 얻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에 연구진은 원통형 공진기를 피자 조각을 자르듯 여러 개의 방으로 나눈 ‘피자 공진기(다중방 공진기)’를 고안했다. 주어진 부피를 최대한 이용하면서 목표로 하는 고주파수를 얻기 위한 전략이다.
윤성우 연구위원.[IBS 제공] |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12T의 고자기장 환경에서 방이 3개인 삼중방 피자 공진기로 액시온 검출 실험을 진행했다. 여기에 첨단 냉각기와 양자 증폭기를 도입해 실험 민감도를 높였다. 실험 결과, 액시온이 질량 22µeV 영역에서 존재할 가능성을 90% 신뢰 수준으로 배제했다. 해당 질량 범위에서 최고 수준으로 민감한 결과이다. 연구 결과는 7월 31일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게재됐다.
윤성우 연구위원은 “액시온 암흑물질 탐색은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일과 비슷하다”며 “위치를 대략 안다면 바늘을 더 빨리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이번 연구는 이론적 예측을 기반으로 실험을 설계하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주며, 차세대 액시온 탐색 실험의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