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號 한경협 1년…4대 그룹 회비 납부 윤곽에 ‘경제계 맏형’ 탄력받나 [비즈360]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한국경제인연합회 제공]

[헤럴드경제=김현일·김민지 기자]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현대자동차·SK그룹에 이어 삼성에서도 회비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경제계 맏형’으로서의 위상 회복에 한 걸음 다가섰다.

류진 회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맞이한 이후 지난 1년간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어느 정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정경유착’이라는 오명을 완전히 씻어내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꼽히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는 전날 정기 회의에서 삼성전자·삼성SDI·삼성생명·삼성화재 등 4개 관계사의 한경협 회비 납부를 사실상 승인했다.

준감위는 “회비 납부 여부는 관계사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하도록 권고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한경협이 투명한 회비 집행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과 회원으로서 의무인 삼성 관계사의 회비 납부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고 밝혔다.

준감위가 길을 열어주면서 삼성 4개 관계사는 앞으로 이사회를 거쳐 한경협 회비 납부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재계 순위 1위 삼성이 회비를 내는 것은 한경협이 국내 최대 민간 경제단체 정상궤도에 복귀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FKI타워 앞에 세워진 한국경제인협회 표지석. [한국경제인연합회 제공]

앞서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후폭풍으로 4대 그룹이 일제히 탈퇴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8월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맞은 이후 전경련은 한경협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위상 회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윤리위원회를 신설하며 과거 청산과 투명한 기업문화 정립을 약속했다. 4대 그룹이 7년 만에 회원사로 복귀하며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했지만 회비 납부는 1년 가까이 답보 상태였다.

류 회장은 지난 6월 한경협경영자문단 행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4대 그룹 회비 납부에 대해 “너무 서두르지 않고 있다. 회장 취임 1년 시점으로 좋은 결과 나오지 않겠느냐”며 “올해 안에만 내면 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가 지난달 초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한경협에 회비를 내면서 물꼬를 텄다. 뒤이어 SK그룹이 지난주 회비 납부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4대 그룹의 회비는 35억원 수준이다. LG는 회비 납부를 놓고 아직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열리는 삼성 준감위 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다만 재계에선 정경유착 근절을 한경협의 남은 과제로 꼽고 있다. 삼성 준감위도 이 점을 들어 그동안 삼성의 회비 납부 결정을 보류해왔다. 준감위는 전날 정기회의를 통해 회비 납부를 관계사 자율에 맡기기로 했지만 한경협의 정경유착 고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은 유지했다.

이찬희 삼성 준감위 위원장도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치인 출신, 그것도 최고 권력자와 가깝다고 평가받는 분이 경제단체 회장 직무대행을 했다는 점과 임기 후에도 남아 계속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과연 한경협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의지가 있는지 근본적으로 회의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재계는 김병준 전 한경협 회장대행이 여전히 한경협 상근 고문을 맡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정경유착을 근절하기 위한 한경협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 준감위 역시 이 점을 염두에 두고 한경협에 납부한 회비가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사용될 경우 즉시 탈퇴할 것 등을 관계사에 다시 한 번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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