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주식을 저가에 양도한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주요 생산 계열사인 밀다원의 주식을 SPC삼립에 저가로 양도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1부(부장 한창훈·김우진·마용주)는 6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과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 사장, 황재복 SPC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08년 SPC그룹의 파리크라상, 샤니 등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밀가루 제조사 밀다원의 지분을 인수했다. 이후 2011년 SPC삼립이 계열사 보유 밀다원 주식을 모두 사들여 지배 구조를 개편했다. 2012년 1월 시행을 앞둔 개정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지분 구조 상 SPC삼립을 경유한 공급 경로가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부과대상에 해당할 수 있어서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SPC삼립이 밀다원의 주식을 취득가(2008년 3038원)나 직전 연도 평가액(1180원)보다 현저히 낮은 255원으로 평가한 점이 배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기소했다. 검찰은 2009년 이후 밀다원의 유상증자, 설비 투자로 인한 미래 추정이익을 반영해 주당 가치를 1595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 최경서)는 “특수관계인 사이에서 비상장회사 주식을 거래할 경우 사용되는 보편적 평가방법에 해당해 문제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이 주장하는 추정이익을 반영하는 방법이 이 사건 평가방법에 비해 더 합리적이라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2심 재판부 또한 “추정이익을 반영하지 않은 밀다원 주식가액 평가방법이 위법하다고 판정하기 어렵다”며 “피고인들이 공모해 고의로 회계법인의 (밀다원) 주식가액 평가에 부당하게 개입·지시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 밀다원 주식 평가방법이 위법해 파리크라상, 샤니가 삼립식품(SPC삼립)을 부당하게 지원한 것인지 문제가 된 관련 사건에서도 같은 취지로 판단됐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고 덧붙였다.
항소심에서 허 회장을 변호한 성창호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밀다원 주식양도는 적법한 것이었고 부정한 목적이 전혀 없었으며 오히려 회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회사에 이익이 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점이 명확히 확인됐다”며 “사실관계에 관한 오해가 모두 해소돼 다행이다.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