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 박찬대 원내대표(왼쪽)가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날에서 단상에 올라 참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일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아닌 책임 없는 자들이 국정을 지배하고, 주권자의 합리적 이성이 아닌 비상식과 몰지성, 주술이 국정을 뒤흔든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역 일대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촉구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단상에 올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지금 바로, 이 대한민국 헌법 제 1조가 유린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연설에 앞서 “2016년 10월 29일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정권의 그 무도함을 질타하는 연설을 한 적이 있다”며 “(당시는) 기초지방자치단체장, 성남시장, 변방의 장수여서 자유롭게 제가 드리고 싶은 모든 말씀을 드렸지만, 지금은 제1야당의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다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드리지 못하는 말씀은 여러분께서 직접 현장에서 더 높이 더 많이 말씀해주시도록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2016년 10월 29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제1차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뒤 열린 제20차 촛불집회까지 매 집회마다 참여했었다. 박 전 대통령의 퇴진을 앞장서 주장한 것도 이 대표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박찬대 원내대표가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날에 참가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이 대표는 “2016년 겨울을 떠올려 보시라. 낡고 후진 것들의 장벽을 허물고 새 시대의 문을 열기 위해 우리는 차가운 거리에 섰다”며 “매서운 추위를 뚫고 끝이 없을 것 같던 행진을 이어간 끝에 마침내 우리는 주인의 자리를 되찾았다”고 했다.
그는 “가녀린 촛불로 부정한 권력을 무릎 꿇렸을 때 우리는 주권자를 배반한 권력, 선출되지 않은 권력자의 국정농단은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질 줄 알았다”며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최악의 정권을 맞아 3년도 안된 시간에 그 모든 꿈은 산산히 부서졌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21세기 대명천지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의 꽃다운 젊은이가 이유 없이 죽어갔다. 멀쩡하게 도로를 달리던 차들이 수장을 당하고, 젊은 해병은 영문도 모른 채 불귀의 객이 됐다”며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었지만 왜 죽어야 했는지 이유도 알 수 없고 대통령, 총리, 장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악의 경기침체로 일자리는 줄고 지갑은 얇아지는데 이자, 월세, 물가, 환율은 치솟는다. 카드대출은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최대”라며 “자영업자가 사상최대로 폐업하고, 수출마저 뒷걸음질이며 소상공인 중소기업 대기업 할 것 없이 한계상황에 몰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전을 제시하고 길을 만들어 국민의 삶 즉 민생을 개선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인데 이 정부는 비전도 대책도 없다”며 “고속도로 종점을 바꾸고 유권무죄 무권유죄식 검찰권 행사 등 사익과 정치탄압을 위한 권력남용에는 진심인데 국민과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지금 민생과 경제는 IMF때보다 더 어렵다. 국제사회는 6.25전쟁 이후 전쟁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한다”며 “소비쿠폰이라도 지원해서 서민의 골목경제를 살리자, 끊어진 소통 창구를 열고 남북간 대화 협력에 나서라, 경제회생을 위한 정부재정 역할을 늘리라고 민생과 국가안전을 위해 지치도록 제안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마이동풍이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국민 삶을 책임져야 할 여당은 대통령과 당대표의 무한 권력다툼과 계파갈등 속에 백팔번뇌하는 대통령실 여의도출장소로 전락했다”며 “정부 여당이 야당에 진지한 협력을 요청한 적이 없다. 정부 여당은 국민을 업신여기고 권력을 즐기며, 정치 아닌 정쟁에 몰두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3권분립과 법치주의라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훼손했다. 국회와 국민의 동의 없는 우크라이나 파병과 살상무기 지원 추진, 무제한적 거부권 행사, 시행령 통치와 권력남용 등 헌법과 원칙을 어기며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며 “이 정권은 한마디로 상습적으로 법을 어기는 범법정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절망을 벗어나 ‘사라진 꿈’을 되찾아야 한다. 과거로 퇴행을 멈추고 미래로 가는 길을 다시 열어야 한다”며 “‘국민 삶이 위기인데, 정치는 어디에 있는가?’ 매순간 들리는 국민의 질책이다. 국민과 나라가 위기에 처한 것은 정치가 죽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대를 제거하려는 정쟁이 정치의 자리를 대체했다. 정치인이 의존할 것은 감정 아닌 이성이고, 배제 아닌 존중과 포용”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 먹고사는 문제가 최우선이어야 한다. 권한만큼 책임을 지고 싫어도 만나고 내 뜻과 달라도 토론하고 타협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에 맞선 대통령은 성공할 수 없음을, 그들은 끝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음을 국민항쟁 승리의 우리 역사가 증명한다”며 “대통령이 국민의 청력과 지능을 테스트하면 안된다. 대통령실은 온 국민이 대통령의 육성을 들었는데도 또 국민을 속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등이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날에 참가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
이 대표는 “국민의 엄중한 경고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한 번은 속아도 두 번 속을 국민은 없다”며 “‘돌 맞을 각오로 버티’는 것은 진리를 찾는 구도자에게는 어울려도, 국민의 공복인 대통령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과 정부에 요구한다. 국민의 압도적 주권의지인 김건희 특검법과 채해병 특검법을 즉각 수용하라”며 “고사 직전 민생경제를 살리는 긴급조치를 즉각 시행하라. 민생과 경제에 치명적인 전쟁유발 정책을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의 길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촛불로 몰아낸 어둠이 한층 크고 캄캄한 암흑이 돼 복귀했지만,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다시 한 번 증명해 보일 것”이라며 “오늘 이 자리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 불의한 반국민적 권력을 심판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증명할 때까지, 대통령은 지배자가 아니라 국민의 공복임을 인정할 때까지 함께 싸우자”며 “권력이 국민을 두려워할 때까지 권력자가 권력의 주체인 국민 앞에 무릎 꿇을 때까지 쉬지 말고 우리가 바로 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외치자”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