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낙서보다 쇼킹”…청소업체에 동덕여대 견적 문의했더니[취재메타]

아세톤으로 지워지지 않아 특수청소업체 불러야
복구 어려운 기물은 교체 고려해야…수억 넘을 듯


◆ 취재메타 ◆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a) 행간을 다시 씁니다.
동덕여대가 공학 전환을 논의했다고 알려지며 동덕여대 학생들이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19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계단에 공학 전환 반대 문구가 적혀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남녀공학 전환을 반대하며 ‘래커 시위’를 벌이고 있는 동덕여대 보수비용이 최소 억대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학생들은 ‘아세톤으로 지우면 된다’고 했으나 바닥이나 건축외장재에 칠해진 래커는 쉽게 지워지진 않는다고 했다. 회복을 위해선 특수청소업체를 불러야 가능하고 복구가 되지 않는 기물은 교체를 고려해봐야 할 상황으로 추정된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등은 지난 12일부터 학교 건물 곳곳에 래커로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 ‘여성교육 보장하라’ 등의 문구를 동덕여대 벽과 바닥 등에 쓰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형물 및 건물 외벽, 아스팔트, 도보 가릴 곳 없이 래커칠이 돼 있는 상태다. 동덕여대 학교 측은 건물 보수 및 청소경비 비용으로 20~50억원이 든다고 밝힌 바 있다.

학생들은 학교가 피해보상 청구로 학생들을 겁박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동덕여대 공학 전환 공론화’라는 계정의 작성자는 X(엑스·옛 트위터)에 “(래커칠이 칠해진 도로경계석은) 아세톤 원액 또는 사포를 사용하면 완전히 지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돌의 끼임 현상도 철수세미와 철솔을 사용하면 지워질 것으로 보인다. 청소 과정은 큰 어려움이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래커를 지우는 과정과 비용이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용 리무버가 따로 있는 페인트와 달리 래커는 리무버가 따로 없어, 특수청소업체를 불러야만 완전히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업체 대표인 A 씨는 “래커는 한 가지 성분으로만 만드는 게 아니라 열 가지 이상의 화학물이 배합된 액체기 때문에 지우기가 쉽지가 않다. 래커 색깔별로도 지우는 방법이 다르고, 래커가 묻어있는 곳이 대리석인지, 화강암인지, 벽돌인지, 아스팔트인지에 따라서도 지우는 방법이 다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수 약품을 써서 지우는 방법도 있고 약품으로 지워지지 않으면 연마제를 고압에 섞어서 지우는 방법을 써야 된다. 보통 1평방미터의 낙서를 지우는데만 해도 4번의 작업을 거쳐야 돼서 3~4일 정도 걸리는 어려운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드는 비용은 1평당 30만원 선이다.

동덕여대가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작된 학생들의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14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모습. [연합]


특수청소업체인 순수클린 대표도 “가장 쉬운 방법인 약품으로 지우면 1평 지우는데 30분 내외, 이걸로도 제거가 안되면 샌드 블라스트로 1시간 정도가 걸리고 그래도 안 되면 스팀청소기를 사용하는데 4시간 정도가 걸린다”며 “동덕여대의 경우 낙서를 지우는데 최소 2주, 길게 잡으면 한 달까지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보도블록이나 외벽 타일은 교체가 나아보이는데, 그러면 수억은 쉽게 넘어갈 수 있다. 건물을 다시 짓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청소업체를 운영하는 B 씨는 “업자들 사이에서는 올해 초 있었던 경복궁보다 쇼킹한 사건이라고 표현한다”며 “어떤 물질보다 래커가 지우기 정말 어렵다. 래커는 분사 형태인데다가 물질에 스며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덕여대의 경우 래커칠의 면적도 너무 넓고 학교 곳곳에 래커칠이 돼 있어 공사비도 만만찮을텐데, 학교와 학생 사이 손해배상 문제까지 떠오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누가 동덕여대를 맡느냐가 업자들 사이에 화제다. 손해배상 문제가 걸린다면 대금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20일) 오후 2시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총회 개최를 예정하고 있다. 안건은 ‘동덕여대 공학 전환’과 ‘동덕여대 총장직선제’ 2가지가 될 전망이다. 총회의 개회 정족수는 재학생 6500여 명의 10%인 650여 명이다. 총학생회에 따르면 전날 오전 기준 재학생 1300여 명이 총회에 참가하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총학생회 측은 “학교 측이 ‘남녀공학 전환 반대가 학생 모두의 의견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재학생 전원이 참여 가능한 학생총회를 통해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의견을 다시 한 번 명확히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선 래커시위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동덕여대 폭력시위 반대 재학생팀 STEP’ 단체는 인스타그램을 개설하고 “동덕의 폭력시위대는 동덕여자대학교 모든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 대학에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이들이 많다”며 “일군의 시위자들로 인해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행위가 이뤄져서 학교 공간이 폐허화 됐다”며 폭력시위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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