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훈vs프론트맨 대립 속 새로운 인물 등장
배우 이정재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누구 하나 사연 없는 사람이 없다. 도박빚에 허덕이다 생존 게임의 세계에 찾아온 부자, 코인 사기로 전재산을 날리고 주변 사람까지 빚더미에 안게 한 코인 투자 전문 유튜버와 그의 전 여자친구, 소아암에 걸린 딸의 병원비를 찾기 위해 게임에 참가한 아빠, 성(性) 확정 수술비를 구하기 위해 참가한 트렌스젠더….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건 서바이버 게임이 다시 시작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2’다.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은 9일 오전 서울 동대문 DDP 아트홀에서 열린 ‘오징어게임2’ 제작발표회에서 “전 세계가 분열하고 선을 긋고 적대시하는 모습이 심화되는 현실과 ‘오징어게임’ 안의 세계가 닮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며 “우리 주변과 세상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했다.
더 젊어졌고, 갈등은 심화됐다. 성기훈(이정재 분)은 지난 시즌에서 도박 빚에 허덕이다 ‘인생 역전’을 꿈꾸며 게임에 참여했지만, 시즌2에선 수백 억원대의 자산가가 돼 돌아왔다. 목표는 단 하나. 여전히 일확천금을 꿈꾸는 참가자들 사이에서 게임 세계를 무너뜨리는 것. 양극단에 선 두 인물은 갈라지고 쪼개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투영한다.
황동혁 감독은 “게임을 설계하고 벌이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찾아내 그것을 멈추게 하려는 기훈과 그런 기훈을 막으려는 프론트맨의 대결의 핵심 갈등”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엔 전 시즌 주인공이었던 이정재와 프론트맨 이병헌을 필두로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임시완·강하늘·이진욱·위하준·박규영·양동근 등 12명의 배우들도 이날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전작과의 가장 큰 차별점은 ‘투표’다. 황 감독은 “요즘 투표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며 “시즌1에서 잠깐 등장한 찬반투표가 시즌2에선 매게임 진행돼 중요한 장치로 다뤄진다. 투표와 현실을 연결하면 재밌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체험존. [연합] |
또 다른 차별점이라면 게임 참가자들의 연령대가 낮아졌다는 점이다. 황 감독이 의도한 지점이다. 황 감독은 “시즌1을 쓸 때만 해도 팬데믹 이전이었는데 막대한 빚을 지고 게임에 참여하려면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들일 거라 생각했다”며 “사회적 실패를 그렇게 빨리 겪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지난 몇 년간 계층, 계급 이동의 사다리가 막히고, 노동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되며 젊은 세대가 겪는 문제를 담아내도 괜찮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오징어 게임’이 그리는 생존 게임은 가상의 세계이나 이 안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현실 속 우리의 단면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황 감독의 생각이다.
시즌2의 재미는 다양한 인물들에게서 나온다. 기훈은 시즌1에 이어 시청자와 다시 만나지만,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이정재는 “기훈의 감정이나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져 이전과는 다른 사람처럼 보일 만큼 목표가 뚜렷해졌다”며 “반드시 게임을 멈춰야겠다는 일념 하에 믿을 수 없는 상황을 연기했던 지난 1년이었다”고 말했다.
프런트맨 이병헌은 이정재와 극한 대립을 벌이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백야 3.98’ 이후 26년 만에 같은 작품에 출연한다. 이병헌은 “시즌 1에선 프런트맨이 기능적 역할로 존재했다면 시즌 2에선 그의 전사가 설명되고 왜 게임에 참여하게 됐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나온다”며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기훈과는 판이하게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깨달음을 주는 행동을 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번 시즌 새로 합류한 배우들은 저마다 ‘오징어게임’ 합류에 대한 벅찬 심경을 전했다. 강하늘은 “처음 러브콜을 받았을 때 ‘나한테 왜?’, ‘나까짓 것에게 왜?’라는 생각만 했다”며 “왜 이 작품을 주셨는지 여쭤보려 했지만, 이야기해주신 스토리가 너무 재밌어 홀린 채로 여기까지 왔다”며 웃었다.
이날 제작발표외에는 대마초 흡연으로 캐스팅 당시부터 논란이 일었던 최승현(전 빅뱅 멤버)과 미투 의혹으로 논란이 된 배우 오달수는 참석하지 않았다.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2021년 공개한 시즌 1은 전 세계에서 3억3000만뷰를 넘어서며 넷플릭스 사상 가장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게다가 시즌 2는 올해 넷플릭스 예고편 중 최다 조회수를 기록했다.
김민영 넷플릭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인도 제외) 콘텐츠 부사장(VP)은 “현재 전 세계 넷플릭스 회원의 80% 이상이 한국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다”며 “한국 콘텐츠는 이제 단순히 지역을 넘나드는 성공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창작 생태계의 허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메리언 리 넷플릭스 최고 마케팅 책임자도 “‘오징어 게임’을 향한 전 세계의 사랑은 스크린을 넘어 그 어떤 작품도 보여주지 못한 방식으로 문화적 영향력을 발휘했다. 전 세계가 한국 창작자들의 이야기에 푹 빠지는 모습을 보며 큰 기쁨을 느낀다”며 시즌 2의 귀환을 축하했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제작발표회에서 황동혁 감독과 출연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
‘오징어게임2’는 오는 26일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공개된다. 즐겁게 맞이할 연말 특수를 노린 전략이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후폭풍으로 ‘오징어게임’은 마냥 편안한 마음으로 국내 시청자를 맞을 순 없게 됐다. 하지만 황 감독은 이 작품과 현실이 그리 동떨어져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황동혁 감독은 “계엄 발표를 믿을 수가 없어서 잠을 안 자고 TV를 계속 봤다”며 “탄핵이든 하야든 책임질 분이 책임을 져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행복한 연말을 돌려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갈등과 분열, 격변은 ‘오징어 게임’ 속 장면과도 연결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오징어 게임’을 보는 일이 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딱히 동떨어지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