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석방’ 돌발 변수 맞은 與 잠룡들 [이런정치]

조기대선 몸풀기 나섰던 잠룡들
헌재 선고 시기·결과 영향에 촉각
“불법 바로잡은 법원” 尹발언 주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경호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체포 52일 만에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이 조기대선 몸풀기에 나섰던 보수 잠룡들의 발을 묶는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보수층 여론이 다시금 ‘탄핵 반대’로 결집하면서 조기대선을 언급하기 한층 더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9일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석방을 계기로 잠룡들의 대권 행보에 ‘일단 제동’이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조기대선 이야기를 그동안 (공개적으로) 하지 않기는 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꺼낼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봤다. 이르면 이번주로 예상됐던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공개 행보에 나섰던 잠룡들로선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한 여권 인사 측은 “선고 시기가 늦어질 것이란 이야기 등 변수가 많은 상황이라 지켜보면서 ‘로우 키’로 가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앞으로 내놓을 메시지도 주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8일) 석방 직후 변호인단을 통해 “불법을 바로잡아준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의 용기와 결단에 감사드린다”, “그동안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국민들, 그리고 우리 미래세대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등의 메시지를 내놨다. 윤 대통령은 헌재 선고 전까지 관저에 머물며 외부 활동을 자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향후 당 지도부 면담 등 과정에서 추가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

잠룡들의 메시지는 미묘하게 엇갈렸다. 다수 여론조사에서 보수 잠룡 선두를 달리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와 석방을 계기로 이제 대한민국의 사법절차 전체가 정상으로 복귀하도록 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헌재)의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재개’를 촉구했다. 김 장관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불법적인 수사에 관련된 증거를 탄핵의 증거로 사용하고 있지 않는지, 대통령의 불법구속 기간 중에 오락가락 말을 바꾼 허위증언자가 있는지 다시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한 법원이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한에 의문을 제기한 점,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진술 신뢰성 논란 등을 근거로 헌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다시 높인 당 주류와 보조를 맞추며 지지층에 구애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장관과 함께 반탄(탄핵 반대) 주자로 분류되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이젠 헌재가 민주당의 위헌적 탄핵을 바로잡을 시간”이라며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헌재 탄핵심판 선고를 재촉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동시 선고’는 국정 파탄을 불러 올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일고 가치도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정치 플랫폼 ‘청년의 꿈’에 “(대통령 석방이) 중도층에 악재가 될까 걱정”이란 취지의 지지자 게시글에 “그건 악재 여부를 계산할 때가 아니다. 바른 결정을 한 것”이라고 했다.

찬탄(탄핵 찬성) 진영은 심우정 검찰총장 등에 대한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더불어민주당으로 화살을 돌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대통령 석방 결정을 환영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이 나오면 판사를, 원하는 수사를 하지 않으면 검찰총장을 탄핵하겠다는 민주당”이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석방을 지휘한) 검찰총장의 결정이 무슨 불법에 해당하는 겁니까”라며 “한덕수 대행에 이어 최상목 대행에 대해서도 탄핵 운운하다 눈치를 보고 접더니, 다시 탄핵병이 도진 겁니까”라고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관련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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