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서밋 실망·관세 확전 우려…비트코인 또 출렁

中 2차 보복관세에 거시경제 우려 ‘휘청’
트럼프, 비트코인 추가 매입은 언급 없어
美 전략가 “전망 밝다…장기적으론 상승”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 룸에서 가상자산 서밋(Crypto Summit)이 개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왼쪽)과 인공지능(AI) 및 가상자산 ‘차르’ 데이비드 색스(오른쪽) 등이 참석하고 있다. [AFP]


“비트코인 개당 1억3000만원대에 뒤늦게 들어왔다가 제대로 물린 1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힘을 실어주는 덕분에 더 오를 줄 알았는데 오히려 곤두박질치니 당황스럽네요. 유명 연예인 분들이 과거 코인 투자했다 낭패를 봤다는 사례를 봤었는데, 제가 심정도 비슷합니다.” (직장인 A 씨·38)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전쟁 확전 우려 등의 영향으로 8만2000달러대까지 내려앉으면서 10만달러 내외에서 비트코인을 매입했던 투자자들은 냉가슴을 앓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게코에서 9일 오후 1시(미 동부 시간) 기준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4.2% 내린 8만2401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시간 이더리움은 하루 전보다 6.2% 내린 2051달러에 거래됐고, 리플과 솔라나도 각각 8.3%, 5.9% 하락했다.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전략적으로 비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지난 7일 열린 ‘디지털 자산 서밋’ 행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본격적인 지원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미 정부가 세금으로 가상자산을 구매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발표 등이 정부의 직접 매입을 기대했던 시장에 일부 실망감을 안겼다. 앞서 지난 6일 9만2000달러대까지 올랐던 비트코인 가격은 7일 8만5000달러대로 하락했다.

이에 더해 미국의 관세 정책과 상대국의 보복관세 부과 등 거시경제에 대한 우려가 비트코인 약세를 더 부채질하고 있다고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이날 전했다.

앞서 올해 연초 비트코인 가격이 10만달러 선은 넘어 11만달러에 육박했던 시기와 비교한다면 큰 폭으로 급락한 상황이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10+10% 관세 인상’에 맞서 10일 0시(중국 현지시간)부터 미국산 농·축산물에 ‘2차 보복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과거 1기 때와 같은 미·중 관세 전쟁이 재발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 ‘60% 대(對)중국 관세’를 공언해 온 만큼 양국 간 분쟁이 앞으로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가상자산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채권 시장의 경기침체 신호와 함께 미·중 관세 전쟁의 전개가 트럼프 대통령의 비트코인 비축 발표에 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시장 조사업체 인투더블록은 최근 뉴스레터에서 “관세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관련 정책에 관한 관심은 점점 밀려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상자산과 거시경제 전문 분석가인 노엘 애치슨은 전날 발표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비트코인 전략적 비축 발표 이후에도 침체한 비트코인 가격 움직임은 거시경제에 대한 우려가 가상자산들을 얼마나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인데스크는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달 28일과 이달 2일에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갔을 때 저가 매수 세력이 유입돼 가격 반등을 이끌었다면서 이번 하락 구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 자산운용사 생추어리웰스의 메리 앤 바텔스 수석 투자 전략가는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의 장기적인 전망이 여전히 밝다”고 말했다.

바텔스 전략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가상자산 전략 비축에 대해 논의함으로써 가상자산이 사라지지 않을 자산군이라는 자신감과 신뢰를 강화해 준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비트코인은 현재 조정 국면에 있으며 사실 대부분의 자산군이 조정 단계에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상승 추세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바텔스 전략가는 비트코인 가격이 약 7만5000달러에서 바닥을 찍을 것이라며, 올해 목표가에 대한 전망치 11만3000~15만달러를 유지한다고도 덧붙였다. 신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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