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부담 줄이려 대거 대출 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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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기준 원/엔 환율이 2023년 4월 27일 이후 처음으로 990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김포공항 은행 환전소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엔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면서 은행권에서 일본 엔화로 돈을 빌린 기업이 대거 대출 상환에 나서고 있다. 이자 부담을 덜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7일 기준 엔화예금 잔액은 총 724억엔으로 집계됐다. 지난 7일 원/엔 재정환율(980.32원)로 계산하면 약 7098억원 규모다.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6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 778억엔에 달했던 잔액은 9월 767억엔, 10월 755억엔, 11월 750억엔, 12월 731억엔 등으로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1월 730억엔, 2월 725억엔으로 비슷한 추세가 유지됐으며 이달 들어 7일까지 4영업일 동안 1억엔이 더 감소했다. 지난해 2월(802억엔)과 비교하면 잔액이 1년여 새 9.7% 줄어든 셈이다.
엔화대출 차주는 장기로 시설자금을 충당하거나 수입 대금을 치르기 위해 돈을 빌리는 기업 등 법인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대출 이자율에 영향을 미치는 일본 기준금리, 원화대출과 상대적 이점을 따질 때 기준으로 삼는 원/엔 환율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뚜렷해진 엔화대출 감소세는 일본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나 엔화 강세 기대와 맞물린 흐름이라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7월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0~0.1%에서 0.25%로 높인 데 이어 올해 1월 다시 0.5%로 인상했으며 추가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원/엔 환율은 최근 급등세를 보이며 최근 100엔당 1000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850원대였던 원/엔 환율은 전날 장중 995.09원까지 오르며 2023년 4월 27일(1000.26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엔화 강세로 엔화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상환을 시작했다”며 “엔화가 앞으로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엔화대출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