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MSCI 선진지수 문 두드린다…코리아 디스카운트 걷어내고 원화 국제화 첫발

‘선진국지수 편입 외환·자본시장 종합 로드맵’ 발표
24시간 외환시장·영문공시…MSCI 기준 충족 총력
글로벌 변동성 완화 및 장기·안정적 투자 수요 확보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는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세계 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는 투자처로 도약시키기 위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시장(DM) 지수 편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외환·자본 시스템을 국제 기준에 맞게 대폭 개편하는 등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내년에 편입 결정이 내려지고,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에 MSCI 선진지수 추종 자금의 국내 유입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있다. [연합]


재정경제부는 9일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로드맵’을 발표했다.

MSCI는 전 세계 증시를 선진시장, 신흥시장, 프론티어시장, 독립시장 등 네 그룹으로 분류한다. 이 중 선진지수는 선진시장의 대표적인 상장 종목을 모아 산출한 글로벌 주가지수다.

현재 MSCI 분류 기준으로 미국·일본·독일 등 23개 국가·도시는 선진시장으로, 한국·대만·중국·인도 등 24개 국가는 신흥시장으로 묶여 있다. 한국은 1992년 신흥시장에 편입된 이후 2008년 선진시장 편입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에 올랐으나, 2014년 다시 제외됐다. 경제 규모와 시장 유동성 등 정량적 기준은 이미 충족했지만, 외환·자본시장 접근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발목을 잡았다.

정부는 MSCI 선진지수 편입이 단기적인 자금 유입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를 개선하고 장기적·안정적인 투자 수요를 확보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글로벌 금융 불확실성이 확대될수록 신흥시장에 속해 있을 때보다 증시와 환율의 변동성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외환거래와 증권 투자 제도, 시장 기반 시설을 국제 기준에 맞게 개편하는 한편, 해외 투자자가 한국 시장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8가지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제도 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하고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다. 외국 개인 투자자도 현지 금융사를 통해 간편하게 한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정비한다. 외국 법인의 실명 확인 절차를 간소화해 계좌 개설 과정의 부담도 줄인다.

MSCI가 지적해 온 공매도와 공시 제도도 집중적으로 개선한다. 무차입공매도 실시간 적발 시스템(NSDS) 참여자에 대해서는 중복 보고 의무를 면제해 규제 부담을 완화한다.

기업의 영문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해 외국인 투자자의 정보 접근성과 권리 보호를 강화한다. 내년 3월부터는 코스피 상장사 전체로 영문 공시 의무를 확대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코스닥 상장사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번역을 지원하고 공시 플랫폼도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또 장외 거래 사후 신고 범위를 늘리는 등 현물 이체나 장외 거래의 제약 요인을 해소하고, 투자자가 배당 예상 금액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도록 기업들의 배당 절차 개선을 유도한다.

정부의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될 경우 한국은 올해 6월 MSCI 연례 시장 분류에서 관찰대상국에 재지정되고, 내년 6월 선진시장 지수 편입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 편입은 2028년 전후로 예상되며 이 시점부터 대규모 추종 자금 유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추산에 따르면 MSCI 지수 추종 자금은 약 16조5000억달러에 달해 선진지수 편입에 따른 파급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국이 신흥시장 지수에서 선진시장 지수로 이동할 경우 지수 내 비중이 낮아지면서 기대했던 만큼의 자금 유입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흥시장에서는 대표 시장으로 주목받아 왔지만 선진시장으로 분류되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단기적인 자금 유입 규모보다 상징성과 구조적 변화의 의미가 더 크다고 강조한다. 선진지수 편입은 원화 국제화의 출발점이자, 한국 자본시장이 글로벌 표준으로 본격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설명이다.

현재 한국은 세계 10대 무역국이지만 2024년 기준 무역 거래에서 원화 결제 비중은 수입 6.3%, 수출 2.7%에 불과하다. 원화 사용이 확대되면 환헤지 비용이 줄고, 수출입 기업의 환율 변동 리스크도 낮아질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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