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품귀에 수량 제한·발송 지연도
시름 깊어진 자영업자들 “용기값 부담”
장기화 시 가격 인상 가능성…업계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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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방산시장 내 포장용품 판매 업체인 ‘서흥이앤팩’이 중동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값 인상으로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알리는 공지문(왼쪽)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방산365도 같은 내용의 가격인상 안내를 공지했다. [홈페이지 캡처] |
중동 전쟁 여파가 일회용 배달·포장용품 가격 인상에 불을 붙였다. 비닐과 플라스틱 등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 수급 차질이 본격화하면서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배달·포장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회용 배달·포장용품을 판매하는 방산시장의 주요 도·소매업체들은 최근 일제히 가격 인상 공지를 띄웠다. 2000년대부터 관련 사업을 해 온 ‘서흥이앤팩’은 온라인몰 공지를 통해 “제품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원가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4월부터 순차적인 가격 조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방산365(청명앤드청솔)’도 “국제 정세로 인한 유가 폭등 및 원자재 수급 불안정으로 일회용기, 비닐 등 전 상품 공급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일부 품목은 제품 수급 자체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4월 1일부터 전 품목 가격 인상을 공지했다. ‘새로피앤엘’의 온라인몰에도 “합성수지류와 일부 급등한 원자재를 사용하는 상품에 한해 순차적인 가격 조정이 예상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세 업체 모두 가격 인상뿐 아니라 구매 수량 제한과 발송 지연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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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업체는 카페에서 쓰이는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컵, 주요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포장용품 등을 폭넓게 취급한다. 한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달그릇 비용이 10% 인상됐는데 더 오를 수도 있다고 한다”, “이 가격을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거냐” 등 토로가 올라왔다. “눈치 빠른 점주들은 이미 사재기 해놨다”는 게시물도 있었다. 서울 성동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A씨는 “월말이라 주문을 넣기엔 이미 늦었다”며 “커피값을 올리면 또 가게만 욕먹을 텐데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가격 인상은 나프타 수급에 비상이 걸린 영향이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나프타는 비닐과 플라스틱, 섬유, 고무 등 다양한 소재의 원료로 쓰여 석유화학 산업의 ‘쌀’로 불린다. 지난달 말 발발한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원유 수입이 차질을 빚자, 전국적인 나프타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 국내 주요 석화 업체들이 나프타 생산을 줄이면서, 재고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약 2주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 제조업체들은 제품 포장지 수급 문제를 우려하고 있고, 의료계에서도 수액백 등 의료용품 수급 차질 가능성이 고개 들었다. 중소기업은 특히나 취약한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중기연)이 발표한 ‘중동전쟁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중소기업의 나프타 중동 수입 비중은 82.8%에 달했다. 파장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자 정부는 이날 자정부터 5개월간 국내 생산 나프타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나프타 수출제한 및 수급 안정을 위한 규정’ 시행에 돌입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카페에서 배달·포장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단가가 오른 포장 용기 가격을 메뉴 가격에 녹여야 하나 고민된다”, “용기값 별도 청구가 필요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일부 프랜차이즈는 배달 플랫폼을 중심으로 가맹점주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이중가격제(자율가격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인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은 공급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주요 공급처와 긴밀히 소통하며 재고 확보 및 수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치킨 포장 시 플라스틱 용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편이지만, 장기화 시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김진·박연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