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우라늄 농축” 등 요구…‘시한부 합의’ 험로 예고

‘문명파괴 경고’ 트럼프, 시한 88분 남기고 유턴
이란, 불가침·모든 제재 해제 등 10개항 요구
대부분 미국 수용 불가…종전까지 ‘산넘어 산’
휴전 합의후에도 ‘발효시점 혼선’ 곳곳 포격
2주간 휴전 후 다시 ‘초토화’ 위협 가능성

 

미국과 이란이 전쟁 39일째인 7일(현지시간) 협상시한 종료 90분을 남겨두고 2주 휴전에 합의했다. 왼쪽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시계를 보는 모습, 오른쪽은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유엔주재 이란대사가 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호르무즈 해협 결의안과 관련해 발언하는 모습. [로이터]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을 폭파, 전역을 초토화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고까지 나왔던 이란 전쟁이 최종 시한 90분을 남겨두고 극적 협상 국면으로 돌아섰다. 미국과 이란은 전쟁 39일째인 7일(현지시간) 2주간의 휴전에 사실상 합의했다. 이란은 자국의 10가지 종전안을 미국이 받아들였다고 주장했지만, 그 내용은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데다 국제법 위반 소지까지 있어 실제 협상 타결은 난망할 것으로 보인다. 2주간의 ‘시한부 휴전’이 종전으로 이어지려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나 호르무즈 해협 자유 통항 등에서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주간의 휴전 합의이후에도 중동 지역 곳곳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이어졌다.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이날 휴전 발표 후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UAE) 군 당국은 각각 미사일 및 드론 위협을 요격하기 위해 작업 중이라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32분(한국시간 8일 오전 7시 32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하고 즉각적이고 안전한 개방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나는 이란에 대한 폭격과 공격을 2주간 중단하는 데 동의한다”고 게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이 미국과 이란 모두에 적용되는 ‘휴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도 휴전안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이란 당국자 3명을 인용해 이란이 2주 휴전안을 받아들였고,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이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이란에 대한 공격이 중단된다면 우리의 강력한 군은 그들의 방어 작전을 중단할 것”이라며 “이란 군과의 조율을 통해, 그리고 기술적 한계에 대한 적절한 고려와 함께 2주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안전한 통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2주 휴전안을 받아들인 배경으로, 자국이 제안한 종전안 10가지를 미국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이란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이 종전안 10개 항은 ▷미국의 향후 침략 방지 보장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 인정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리 인정 ▷이란에 대한 1·2차 제재 전면 해제 ▷이란 피해에 대한 보상금 지급 ▷중동 지역에서 미군 철수 ▷레바논 헤즈볼라 등 이란 ‘대리세력’에 대한 전쟁 중단 등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들이다. 2주 휴전을 수용하고, 10개 항을 기반으로 종전을 협상하는 데에 대한 양국의 의견은 처음부터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에 “이란으로부터 10개 조항의 제안을 받았으며 이것이 협상을 위한 실질적인 토대가 되리라 믿는다”며 “2주간의 기간을 두면 협상이 최종 확정되고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게시했다. 그러나 이 10개 항을 양국이 어떻게 합의하기로 했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발언의 취지는 10개 항에 담긴 논제에 따라 협상을 시작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이 주장하는 내용을 수용할 수 있다는 여지를 보인 것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이에 2주 휴전 기간에 미국과 종전에 대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온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운항 정상화와 이란의 핵무기 보유 금지와 관련한 합의 도출이 협상 진전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그만큼 이 두 항목이 협의하기 어려운 내용이란 뜻도 된다.

이란이 자국의 권리를 인정하라고 요구한 우라늄 농축은 미국이 그간 계속 문제삼아 왔던 것이다. 이란에 대한 1·2차 제재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통해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자, 미국이 이를 포기하도록 압박하는 수단으로 수년간 고집해온 것이다. 하나의 ‘패키지’인 셈이다. 이를 아무 조건 없이 포기한다는 것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대목이다.

이번 전쟁에서 이란의 가장 큰 무기가 된 호르무즈 해협 봉쇄도 양측의 기싸움이 치열한 대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 당국이 호르무즈 해협만 손에 쥐면 세계 경제를 인질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만큼,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호르무즈 카드’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이 통제한다는 것은 국제법에도 저촉되는 내용이다. 국제 항행에 이용되는 호르무즈 해협은 유엔해양법협약(UNCLOS)상 통과통항 원칙을 적용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정 국가가 일방적으로 전체 해협을 막는 것은, 항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미국과의 협상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은 중재국 파키스탄을 통해 간접 협상 방식으로 물밑 논의를 진행해왔으나, 오는 10일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에서 직접 만나 대면 협상을 하기로 했다. 양측이 최소한의 신뢰 구축 조치에 합의하고,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차를 좁힌다면 2주의 시한부 휴전이 연장되는 등 긴장 완화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양측이 빈 손으로 협상 테이블을 나서는 최악의 경우에는 미국이 다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이란도 이에 맞서 대응 수위를 높일 수 있다. 이 경우 휴전을 바라지 않았던 이스라엘에만 유리한 결과가 된다. CNN에 따르면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마지못해 2주 휴전안을 받아들였지만, 여전히 이란에 군사 행동 목표와 타격 대상이 많이 남아 전쟁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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