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이사의 충실의무 이행’ 소명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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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탈이 추진 중인 에코마케팅의 자진 상장폐지 절차가 금융당국의 강력한 검증 앞에 가로막혔다. 지배주주가 90% 이상의 압도적인 지분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절차적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시장 퇴출이 어렵다는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에코마케팅은 지난달 27일 ‘주식교환·이전결정’ 관련 주요사항보고서에 대한 정정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는 앞서 지난달 22일 금감원이 해당 신고서의 중요사항 누락 등을 이유로 정정명령을 내리며 사실상 절차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베인캐피탈은 최근 세 차례의 공개매수와 장내매수를 통해 에코마케팅 지분을 93.9%까지 끌어올렸다. 통상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지분 요건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베인캐피탈은 지난 3일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잔여 지분을 모두 매입하고 상장폐지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공시했으나, 당국은 이 과정에서 이사회가 일반 주주의 권익을 충분히 고려했는지를 문제 삼았다.
금감원의 이번 정정명령은 베인캐피탈이 제출한 공시 내용 중 특별위원회 정보가 부실하고,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이사회가 기울인 노력이 구체적으로 소명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당국이 특별위원회 구성의 독립성부터 외부 전문가 선임 과정의 객관성까지 거래 정당성을 입증할 구체적 근거를 내놓으라고 베인캐피탈을 강하게 몰아세운 것이다. 특별위원회가 단순히 요식 행위로 운영된 것은 아닌지 이사회의 의사결정 프로세스 전반을 정밀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거래(포괄적 주식 교환)는 현금을 교부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전형적인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법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시 내용의 보완을 요구하는 정정 명령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법무부가 배포한 ‘이사의 행위규범 가이드라인’은 이해상충 우려가 있는 거래 시 이사회가 독립적인 특별위원회를 통해 제3자의 평가를 거치고, 주주 의견 수렴 절차를 실질적으로 이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정정신고서에는 이러한 당국의 요구를 반영해 ‘이사의 충실의무 이행에 관련된 사항’ 항목이 새롭게 보완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당국의 엄격한 잣대 배경에는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도 자리잡고 있다. 에코마케팅 소액주주들은 베인캐피탈이 제시한 주식 교환 가격이 기업의 내재 가치에 비해 낮게 책정되었다며 ‘헐값 상폐’ 의혹을 제기해 왔다. 특히 지배주주가 90% 이상의 지분을 확보했다는 이유로 소액주주를 강제로 퇴출시키는 방식에 대해 주주들은 강력히 저항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향후 상장폐지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상징적 사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배주주가 절대적 지분을 가졌더라도 이사회가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해 실질적으로 한 노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거래 자체가 불가능한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상법 개정 가이드라인 배포 이후, 지배주주의 이해관계가 아닌 전체 주주의 가치를 반영한 의사결정 체계 구축이 상장폐지의 핵심 성공 요건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결국 이번 에코마케팅 사례는 향후 기업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이사회의 책임과 소액주주 보호 의무가 얼마나 강화되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