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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회사를 동시에 인수 검토하는 네 명의 매수자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한 명은 인수 이후 시너지를 보고, 한 명은 5년 후의 재매각 가능성을 판단하고, 한 명은 30년 보유시 유불리 여부를 고려하고, 한 명은 한국 시장의 진입 플랫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누가 가장 비싼 가격을 부를까. 그리고 누가 매도자에게 가장 좋은 매수자일까. 두 질문에 대한 답은 다르다.
매도자에게 매수자는 한 종류가 아니다. 시장에서 자주 마주하는 매수자는 크게 네 부류로 나뉜다. 각자 회사를 보는 시선이 다르고, 쓰는 가격이 다르고, 매각 이후 회사를 다루는 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가장 비싼 값을 부르는 곳이 가장 좋은 매수자라는 직관은 자주 빗나간다. 가격은 협상의 결과지만, 매수자의 정체는 회사의 다음 챕터를 결정한다.
전략적 인수자 유형을 보자. 이들은 같은 산업 또는 인접 산업의 경쟁사·대기업이다. 우리 회사를 사면 채널이 합쳐지고, 비용이 줄고, 신제품 라인업이 보강된다. 그래서 시너지를 정량화할 수 있을 때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를 수 있는 자리다. 그러나 시너지를 산다는 말은 곧 대상 회사가 사라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거래 종결 후 1년 안에 본사 시스템이 들어오고, 임원의 상당수가 교체되며, 사명이 바뀌거나 사업부 형태로 흡수된다. 매도자가 “회사가 그대로 유지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순간, 전략적 인수자와의 협상은 가격에서 멀어진다.
반면 사모펀드(PE) 운용사는 인수 즉시 회사를 분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거버넌스를 정비하고, 임원진을 보강하고, 성장 시나리오를 짜서 일정 기간 안에 더 높은 가치로 다시 매각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서 PE는 종종 “오너가 일부 지분을 남기고 함께 가자”고 제안한다. 매도자에게는 1차 엑시트와 2차 엑시트의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정성으로 회사를 키워온 오너에게는 매각 이후가 매각 이전보다 더 피곤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패밀리오피스 또는 중견 기업집단은 회사를 분해하지도 재매각하지도 않는다. 안정적 현금흐름을 가진 회사를 장기 보유 자산으로 사들인다. 가격은 시장 평균에 가깝고, 인수 프리미엄이 후한 편은 아니다. 그러나 거래 종결 후 운영에 큰 변화가 없고, 임직원 고용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사명과 정체성을 지키고 싶고, 직원과의 의리를 중시하는 매도자에게는 가격보다 우선 고려되는 매수자다.
해외 투자자들이 사려는 것은 한국 시장 진입 채널이다. 그래서 국내 매수자가 부르지 못하는 가격을 부르기도 한다. 단, 이 가격에는 보이지 않는 부담이 동행한다. 실사·인허가 기간이 길고, 진술과 보장 항목이 많으며, 인수 이후 본사 보고 체계에 맞춘 운영 변화가 빠르게 들어온다. “한국 사정을 잘 모른다”는 점은 가격에는 도움이 되지만, 협상 종결까지의 거리는 멀게 만든다.
같은 회사를 두고 네 부류는 서로 다른 가격표를 쓴다. 그리고 가격표 옆에는 보이지 않는 글씨가 함께 적혀 있다. 전략적 인수자의 가격표에는 ‘회사 정체성’이라는 비용이, PE의 가격표에는 ‘몇 년의 동거’라는 부담이, 패밀리오피스의 가격표에는 ‘프리미엄 포기’라는 양보가, 해외 투자자의 가격표에는 ‘긴 협상의 시간’이라는 피로가 적혀 있다.
그래서 매도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질문은 “얼마에 팔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매수자에게 팔고 싶으냐”다. 매각 이후의 회사가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는지에 따라 매수자 군이 결정된다. 매각 패키지의 첫 페이지부터 톤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다.
매각이 끝난 뒤 후회가 없는 매도자는 “잘 보낼 곳에 보냈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가격을 가장 많이 쓰는 매수자가 가장 좋은 매수자가 아니다.
김수정 브릿지코드 M&A센터 전략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