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메드테크’ 투자처 찾은 삼성전자, M&A 전략 힘실릴까

2700억 들여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 최대주주로
현금보유고만 ‘144조’…넉넉한 투자 실탄
지난해 독일 플랙트·ZF ADAS 조 단위 M&A 성과
DX부문 신성장동력 확보 최우선 과제
노태문 사장, ‘공조·전장·메드테크·로봇’ 투자 언급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 [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완 기자]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유전자 분석 장비 기업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엘리먼트)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M&A(인수·합병)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회사가 미래 먹거리로 점 찍은 메드테크(메디컬 테크놀로지) 투자 성과를 드러낸 만큼 향후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M&A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외부 투자처 발굴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독일 공조업체 플랙트그룹 인수는 물론 하만을 통해 독일 ZF 프리드리히스하펜(ZF Friedrichshafen AG)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사업을 품었다. 두 건 모두 조 단위 M&A였다.

최고경영진의 투자 의지도 크다. 노태문 삼성전자 DX(완제품)부문장(사장)이 올해 초 CES 2026에서 적극적인 M&A를 언급한 만큼 DX부문의 성장을 위해 신규 기업을 발굴할 전망이다.

지난해 佛 소니오·美 젤스 인수…메드테크 발굴 한창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엘리먼트 ‘시리즈E’ 투자 유치에서 1억7500만달러(약 270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실시했다. 2024년 ‘시리즈D’ 라운드에 참여한 데 이어 두번째 투자다. 이를 통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다만 경영권에 변화를 주진 않는다.

2017년 설립된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설립된 엘리먼트는 유전체 분석 정확도를 업계 최고 수준인 99.99%로 높이고 분석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DNA 시퀀싱’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DNA 시퀀싱은 생명체의 설계도라 할 수 있는 DNA 염기 서열을 읽어 유전적 변이와 특징을 확인하는 기술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주목하는 분야는 엘리먼트의 차세대 유전자 시퀀싱 기술과 ‘멀티오믹스’다. 멀티오믹스란 DNA·RNA·단백질·세포 정보를 통합 분석해 질병의 원인과 생리적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차세대 정밀 의료 분석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엘리먼트의 DNA·멀티오믹스 분석 기술을 인공지능(AI)·정보기술(IT) 기술과 접목시켜 차세대 유전자 진단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선점해 나갈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DNA 기반 맞춤형 건강 관리·질병 예측 서비스를 ‘삼성 헬스’ 플랫폼을 통해 모바일 환경에서 상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삼성전자는 메드테크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꼽고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가 확보한 의료기기·디지털 헬스 기술과 시너지를 낼 만한 투자처를 찾아왔다.

2024년 삼성메디슨을 통해 프랑스 AI 스타트업 소니오를 1300억원에 인수한 것을 비롯 작년 7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젤스 지분 100%를 품었다.

소니오는 산부인과 초음파 진단 리포팅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고 젤스는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회사다. 삼성전자는 젤스 플랫폼을 통해 웨어러블 기기에서 측정한 생체 데이터를 전문 의료 서비스와 연결하는 커넥티드 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반도체 호황에 수십조 현금 유입…신규 투자처 관심


메드테크 외에도 새 먹거리 확보를 위한 대형 M&A 성과도 드러낸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만 두 건의 조 단위 M&A 계약을 체결했다.

작년 5월 냉난방공조(HVAC) 육성을 위해 독일 공조업체 플랙트그룹 지분 100%를 15억유로(약 2조6000억원)에 인수했는데 같은해 12월 자회사 하만을 통해 독일 ‘ZF 프리드리히스하펜(ZF Friedrichshafen AG, 이하 ZF)’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사업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인수가액은 15억유로였다.

추가 M&A를 위한 실탄도 충분하다. 올해는 메모리반도체 호황세에 힘입어 매분기 수십조원씩 현금이 쌓이고 있다. 작년 연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126조원이었는데 1분기 말 기준 147조원을 나타냈다.

자회사를 제외하고 삼성전자가 당장 빼서 쓸 수 있는 현금도 넉넉하다. 1분기 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40조원으로 지난해 말 25조원 대비 60% 증가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X부문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6 현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업계에서는 M&A가 DX부문 실적 반등을 위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DX부문은 스마트폰·TV·가전 판매를 통해 꾸준한 외형 성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수익성 유지가 어려운 여건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전반적인 부품 가격 상승은 물론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 탓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DX부문은 1분기 매출 52조7000억원, 영업이익 3조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매출 51조7100억원, 영업이익 4조7000억원 대비 매출은 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0% 가까이 줄었다.

노태문 DX부문장도 M&A가 성장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1월 ‘CES 2026’ 개막을 앞두고 이뤄진 기자간담회에서 “공조, 전장, 메드테크, 로봇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이들 네가지 분야에 대한 M&A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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