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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사회 은행계의 산 증인으로 꼽히는 정원훈씨가 현역시절 몸 담았던 은행들의 로고를 모아 디자인한 비구상 작품에 대해 설명하며 활짝 웃고 있다. 가주외환은행, 한미은행, 새한은행의 로고들이 그림 속에 스며들어 있다. 김윤수 기자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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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은행업, 어찌보면 그 본질은 비슷한거 아닌가요”
한인 은행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원로금융인 정원훈씨(87)가 자신의 인생 60년의 성상을 보낸 은행에서 손수 그린 동·서양화및 서예작품 36점을 전시하는 개인전을 갖게 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북가주 서니베일의 아시아나 은행 행장을 끝으로 은퇴한 이후 예술작품 활동은 정씨의 제2 인생이었다.그래서일까. 그의 전시작품들에는 90년 세월을 채워가는 인생을 돌이켜보는 세계관과 여전히 식지 않는 은행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그림과 은행은 하나의 문화라는 점에서 어찌보면 비슷한 점이 많아. 집중력이 필요한 서예 작품이나 이미 그린 그림 위에 덧칠을 하고 수정할 수 있는 유화는 모두 은행업에서 요구하는 특징들이 아니겠어?”
정씨는 지난 1973년 한인 커뮤니티 최초의 한인 은행인 가주외환은행의 설립행장을 시작으로 한미, 새한 그리고 나라은행에 합병된 아시아나은행 등에서 늘 ‘초대 행장’이라는 어려운 역할을 맡아 그때마다 성공적으로 초기작업을 마무리해내며 오늘날 한인경제를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는 한인은행업계를 태동시킨 주인공이다.
그의 손에서 시작된 한인 은행들은 지금 무려 14개에 달하고 있으며, 그의 밑에서 일을 배운 후배들은 한인 은행가 곳곳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은행 이야기가 나오자 말투에 금세 힘이 실린다.
“한인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은행업도 발전했다고 하지만 지금 상황은 은행수가 너무 많고 경쟁도 심해. 주류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만큼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열심히들 해야해.”
그는 후배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대견해하면서도 서운함을 털어버리지 못한다. 가끔 안부도 챙겨주고 은행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한번쯤 물을 법도 하건만 영 무소식이라는 거다.
“다들 워낙 바쁘고, 은행원들은 독립심들이 강해서 그런 거겠지”라며 웃어넘기지만 얼굴에서 섭섭함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는다.
지난 199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던 은행장들간의 모임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행장들이 모여 서로 고충도 나누고 지적할 부분은 지적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은행들이 이제는 경제 발전 방향을 설정해 주는 역할도 필요하지 않겠나.그러려면 모여야지”
정씨는 한인은행들이 지나치게 경쟁위주로만 흘러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와 한다.
“얼마전 이민 100년사 책자를 봤더니 금융계 이야기는 하나도 없어. 은행들이 이민사회 발전에 기여한 바가 얼마나 큰 데…”
정씨의 개인전은 오는 17일부터 10월26일까지 퍼스트스탠다드은행(1000 Wilshire Blvd., Suite 100, Los Angels)내 갤러리에서 열린다.
리셉션은 17일 저녁 6시에 열리며 문의는 큐레이터 카린 김씨(전화 213-200-8829)에게 하면 된다.
염승은 기자 / L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