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인가.
대다수의 금융기관에게는 되돌아보기도 싫을 2008년의 재무재표를 마감할 날이 며칠 남지 않았지만 2009년을 바라보는 한인은행가의 분위기가 그리 밝지 않다.
올해의 금융위기가 주택시장 폭락과 이에따른 모기지부실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내년부터는 상업용부동산 시장에서의 문제가 본격화되는 동시에 제로금리에 따른 마진 압박이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제이슨 골드버그 애널리스트는 이달 초 고객들에 보낸 서한에서 “2009년 대형은행들은 올해보다 2배 가까이 많은 1300억달러를 손실처리(Charge-Off) 할 것으로 본다”라고 전했으며, 시장조사업체 톰슨-베이스라인에 따르면 ‘S&P500′지수에 포함된 금융기관들의 내년도 주당순익(EPS)은 2007년의 3분의 1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새해 출범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펴 경기회복을 주도할 것이라는 희망도 있지만 35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된 구제금융(TARP)이 아직까지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이같은 기대감마저 한풀 꺾이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2009년을 바라보는 한인은행가의 가장 큰 걱정 가운데 하나는 상업용부동산(CRE) 시장이 얼마나 버텨주는 가이다. 지난 1분기말까지만 해도 ‘한인커뮤니티는 괜찮을 것’이라던 CRE시장이었지만 극심한 불경기에 이곳저곳에서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부동산 시장 전체가 활황이던 2004~2005년 사이 이뤄졌던 CRE 대출에서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 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내년 하반기부터 회복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지금의 어려움이 2010년까지 이어진다고 봐도 무방하다”라고 말했다.
연방준비은행(FRB)이 경기진작을 위해 제로금리 정책을 펴면서 은행들의 순이자마진 압박도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많은 은행들이 아직까지도 4%가 넘는 예금이자를 내주고 있지만 우대금리(WSJ Prime Rate)가 3~3.25%이니 수지가 맞을 리 없다. 3분기에 몇몇 한인은행들에서는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되기도 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뿐이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TARP를 받은 은행이라면 이 돈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관건이 되겠지만 시장상황이 워낙 안좋아 처음 생각보다 마땅한 사용처를 찾기 어렵다”라며 “대출을 할 상황도 아니라 일단 채권투자 등에 쓰기는 하지만 그 수익도 워낙 낮아 고민이 많다”라고 말했다.
염승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