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4′ 한인은행 불경기 여파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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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한인은행들의 실적발표를 통해 볼때 불경기에 따른 여파가 한인은행권에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4분기 들어 나스닥상장 4개 한인은행들의 수익구조는 크게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으며  특히 극심한 소비침체로 한인은행들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업용부동산(CRE)에서 불안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점은 은행들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지난주에 일제히 실적보고를 마친 나스닥 상장 4개 한인은행들을 보면 윌셔은행을 제외한 한미, 나라, 중앙 등 3개 은행이 2007년에 비해 크게 낮아진 주당순익(EPS)를 기록한 것은 물론 총대출 대비 대손충당금 비율이 크게 늘었다. <표 참조>

대손충당금은 은행들이 대출을 회수하지 못하게 될 것에 대비해 따로 적립해두는 돈으로, 이 금액이 늘어난다는 것은 은행들이 그만큼 많은 대출들의 회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경기 시절 총대출 대비 1%도 안되던 대손충당금은 이제 한미와 나라에서는 이미 2%를 넘어섰다. 은행들이 앞으로의 대출손실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이 은행들이 투자기관 애널리스트들과 가진 컨퍼런스콜 내용을 살펴보면 대출을 받은 업체들의 영업환경이 나빠지면서 그 여파가 은행 실적 저조로 이어지고 있다.

세차장, 숙박업소 등 불경기에 직격탄을 맞은 업종들에서의 문제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업들에 내준 라인오브크레딧(Line of Credit)에서는 이미 여러 은행이 손실을 감수했다. 또한 식당이나 리커스토어 등의 맘앤팝(Mom&Pop) 업소를 포함한 소매업계에서도 대출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4분기에 총대출의 48%에 해당하는 9억8000만달러 이상의 대출에 대한 세밀한 리뷰를 실시했던 윌셔의 조앤 김 행장은 “최근에는 호텔, 세차장, 주유소, 샤핑센터 등이 가격하락에 매우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CRE의 경우 캡레잇 변화, 공실율 증가, 이자율 변동 등 3가지 기준을 통해 CRE대출이 계속 버텨낼 수 있을 지를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이같은 CRE시장의 움직임에 대비해 론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에 투입되는 인력을 늘리는 등 다양한 대응책을 벌이고 있지만 불경기가 풀리지 않는다면 이같은 대응책 마저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은행 차원의 지원 여부나 정도에 관계없이 돈을 갚을 수 없는 대출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자율 또는 론페이먼트를 낮춰 달라며 은행을 찾는 대출고객이 늘고 있는 점이 이같은 추세를 잘 반영하는 좋은 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으로선 우량고객에게는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이자율 조정 등의 조치를 취해야겠지만 무리하게 이자율을 낮춰 달라며 은행을 옮기겠다는 식의 협박성 발언을 일삼는 고객은 그대로 보내주는게 낫다”며 “자산의 규모가 무의미한 상황에서 고객 한두명에 연연하기 보다는 은행의 자산건전성에 더욱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염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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