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공포라는 건 현실적인 공간과 익숙한 소품에서 시작된다.”(유영선 감독)
공포영화에서 외딴 섬이나 폐가, 폐교 등의 무대는 익숙하다. 초자연적 존재나 괴수 등 현실과는 동떨어진 존재가 위협을 가하는 경우도 줄기차게 봐왔다. ‘마녀’의 무대는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사무실, 공포를 느끼는 대상은 옆자리 동료이다. 게다가 자해 혹은 가해에 쓰이는 도구도 눈에 익다. 깨진 머그잔과 뾰족한 연필, 연필깎이, 가위, 압정 등 평범한 사무용품이 섬뜩한 흉기로 돌변한다.
영화를 보고나면 주위 동료는 물론, 연필 한 자루도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오피스 괴담’이라는 소재가 관객들의 공감과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1분 41초 만에 초고속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개봉은 9월 11일.
칼과 도끼(‘13일의 금요일’)도, 굉음을 내는 전기톱(‘텍사스 전기톱 연쇄 살인사건’)도 등장하지 않는다. 오래된 인형이나 분홍신, 가발 등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소품도 찾아볼 수 없다. ‘오피스 호러’를 표방한 ‘마녀’는 일상적인 소품과 평범한 공간·인물이 의외의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음울한 분위기의 신입직원 세영(박주희 분)은 팀장 이선(나수윤 분)과 사사건건 부딪힌다. 하루는 세영이 잔업을 오후 8시까지 마칠 수 있을 지를 두고, 두 사람은 ‘손가락 하나’를 건 황당한 내기에 나선다. 이 내기를 장난으로 받아들였던 이선은, 자신을 압박해오는 세영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낀다.
공포영화에서 외딴 섬이나 폐가, 폐교 등의 무대는 익숙하다. 초자연적 존재나 괴수 등 현실과는 동떨어진 존재가 위협을 가하는 경우도 줄기차게 봐왔다. ‘마녀’의 무대는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사무실, 공포를 느끼는 대상은 옆자리 동료이다. 게다가 자해 혹은 가해에 쓰이는 도구도 눈에 익다. 깨진 머그잔과 뾰족한 연필, 연필깎이, 가위, 압정 등 평범한 사무용품이 섬뜩한 흉기로 돌변한다.
사실 숱한 공포·호러영화에서 ‘쟤들은 하필 왜 저길 찾아가서…’라고 짜증을 유발하는 억지 설정을 볼 때가 많다. 제 발로 굳이 으슥한 곳을 찾아가서, 혹은 괜히 무리에서 이탈해서 최후를 맞는다. 어떻게든 희생자를 만들어 공포심을 유발하려는 얕은 수인 셈이다. 반면 일상이 공포가 될 때 두려움은 극대화된다. 늘 얼굴 맞대는 사람과 익숙한 도구들이 돌연 공격해올 때, 누구든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영화를 보고나면 주위 동료는 물론, 연필 한 자루도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오피스 괴담’이라는 소재가 관객들의 공감과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1분 41초 만에 초고속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개봉은 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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