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화두를 주름진 얼굴의 노부부가 던지자 얘기가 달라졌다. 76년이란 세월을 한결같이 사랑해온 노부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감독 진모영ㆍ제작 아거스필름)는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현실에 없을 거라 생각했던 사랑을 평범한 노부부에게 발견하는 순간, 관객들의 가슴엔 먹먹한 감동이 일렁인다.

영화는 노부부의 사랑에 단순히 감동하는 것을 넘어, 평범하지만 중요한 깨달음을 준다. ‘사랑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영원한 사랑’이 현실 가능성을 확인하더라도, 그것이 운 좋게 천생배필을 만난 누군가의 특권이라면 이 소재는 다시 판타지가 돼 버린다. 사랑이라는 감정에도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매일같이 털고 닦는다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동화의 한 대목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님아…’의 할아버지는 (촬영 당시) 98세, 할머니는 89세다. 자신의 한 몸 돌보기도 버거운 나이지만, 이들은 늘 상대의 안색과 기력을 살핀다. 전문 배우가 등장하는 극영화였다면 연출이겠거니 하지만, 카메라에 담긴 모든 순간이 이들에겐 일상이다. 할아버지의 딸은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에피소드 한 자락을 들려준다. 노부부의 신혼 시절, 텔레비전에 곶감이 나와서 할머니가 ‘곶감이 먹고 싶다’고 혼잣말을 했는데 할아버지가 벌써 사러 나가고 없더라는 거다. 몸에 밴 배려는 백발이 성성해져도 그대로였다. 어두운 화장실을 무서워하는 할머니를 따라나선 할아버지는 귀찮은 기색 없이 노래까지 불러준다. 배려는 배려로 돌아온다. 몸이 아픈 할아버지가 버럭 짜증을 내면, 이번엔 할머니가 묵묵히 받아준다.
진모영 감독의 마음을 움직인 것 또한 노부부의 한결같은 ‘배려’였다. 할아버지는 76년 동안 한 번도 밥상 앞에서 할머니를 타박한 적이 없다. ‘맛이 있으면 많이 먹고, 맛이 없으면 조금 덜 먹으면 될 일’이었다. 이 투박한 듯 따뜻한 한 마디가 진 감독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노부부 사랑의 비결은 습관처럼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었다”며 “영화를 통해 모두가 사랑하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모영 감독의 진심은 400만이 넘는 관객(1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402만5376명)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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