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국주도 TPP참여 꿈틀… 타이밍놓치고 바빠진 韓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중국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경제 통합을 위한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향한 발걸음을 떼고 있다. 미ㆍ중 간에 눈치만 보며 TPP 참여를 미뤄오던 한국으로선 마음이 급해졌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6일 열린 ‘2013 중국과 세계 외교’ 포럼에서 “중국에겐 미국 주도의 TPP와 같은 다른 무역협정 참여에도 길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달 초 중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TPP와 관련한 협의를 한지 열흘 가량 만에 나온 발언이다.

중국이 TPP에 관심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선단양(沈丹陽)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지난 5월 “중국은 TPP 참여 가능성과 유불리에 관해 정부 부처와 무역 관련 기업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듣고 있다”고 밝혔다.

리커창 총리 역시 지난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TPP에 대해 “세계 무역의 ‘양대 톱니바퀴’ 역할을 하는 상호보완적 관계로 자리잡아야 한다”며 미국과 거대 자유무역협정(FTA)를 두고 다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사실 중국이 TPP 가입을 주저한 것은 그동안의 분석과는 달리 정치적인 부분보다 경제적 측면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현재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TPP가 제도와 규범 전방위에 걸쳐 요구하는 강도 높은 개방을 중국 경제 체제가 감당할 수 있느냐다”고 전했다.

TPP는 관세 철폐 뿐 아니라 투자ㆍ지재권ㆍ노동ㆍ환경ㆍ중소기업ㆍ국영기업 등의 교역규범 측면에서 12개국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규제원칙을 만들고 있다. 국영기업에 대한 막강한 보조금과 행정지원을 통해 성장해 온 중국으로선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TPP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점유하는 국가들과의 교역에서 뒤쳐지지 않겠다는 의지다. 중국 내 노동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미국, 캐나다, 일본 등 거대 시장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신흥 경제국이 손잡게 되면 관세 철폐 효과를 보는 이들 국가가 중국의 상품 수출량을 대체한다. TPP의 원산지규정(PSR)은 원료나 중간재까지 역내 생산품을 요구해 옆에서 떡고물을 취할 수도 없다. 한마디로 중국이 향후 세계 경제 성장 전략에서 ‘왕따’를 당한다는 얘기다.

이미 중국은 개방을 대비해 국내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 계기는 지난달 열린 제18기 3중전회다. 중국 정부는 민간 은행설립 등 금융 자유화를 실시하고 국영기업의 지분을 외국인이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10년 이내에 토지 사용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주민의 이동과 직업 선택의 폭도 늘린다. 세계 경제에 편입되기 위해 어차피 변해야 한다면 자발적으로 먼저 변하겠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마음이 급해진 것은 중국 눈치를 보며 TPP 가입 선언을 미뤄오던 한국이다. 한국보다 세계경제에 파급력이 큰 중국이 TPP 협상에 들어오면 원산지 규정 등에서 중국 입김이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웬디 커틀러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한국은 TPP 가입 전에 한·미 FTA 이행과 관련한 우려 사항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기존 협상국들의 텃세도 심하다. 또다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셈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참여 선언 타이밍을 놓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각종 규범을 만드는데 우리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라도 참여를 서둘러야 한다”고 전했다.

why37@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