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보조금 경쟁, 숫자 1만에 목숨건다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대란’으로 시작해 ‘대란’으로 2월을 마무리한 이동통신 3사가 백척간두 벼랑 끝에 섰다.

2만4000명만 뺏기면 배수의 진 50%가 무너지는 SK텔레콤은 그나마 선방했지만, 번호이동 시장에서 패배한 KT는 30% 수성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20% 탈환을 목전에 둔 LG유플러스는 목표치에 한 발 더 다가섰다.

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치열했던 2월 보조금 경쟁의 결과 114만9340건의 번호 이동을 불러왔다. 1월에 이어 두달 연속 번호이동 100만건을 넘어서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통사별로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승리, KT의 패배로 요약됐다. 월초부터 강도높은 상호 비방전과 함께 보조금 경쟁에 뛰어들었던 SK텔레콤은 번호이동을 통해 2392명의 가입자를 추가했고, LG유플러스도 2만5796명을 더해 점유율 20%에 성큼 다가섰다. 반면 KT는 2월에도 2만8188명이 빠져나가 30% 수성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발표한 1월 말 기준 점유율 SK텔레콤 50.04%, KT 30.06%, LG유플러스 19.89%과 비교해보면 SK텔레콤은 50% 수성에 성공했고 KT는 앞으로 가입자를 1만 명 정도만 더 뺏기면 30%도 무너지는 상황이 됐다. 반면 LG유플러스는 20% 탈환까지 2만 명만을 남겨뒀다.

이에 따라 정부의 ‘영업정지’가 예고된 3월이지만, 보조금 전쟁으로 대표되는 가입자 유치전은 계속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공통된 관측이다. 연초 경영 목표로 “50% 사수”를 외쳤던 SK텔레콤, “30% 수성”이 절박한 KT 모두 일단 마지노선을 지켰고, LG유플러스도 보조금 경쟁을 선도하며 가입자 순증에 성공했지만 “20% 탈환”에는 실패한 까닭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 통신사에서 1만~2만 명만 다른 이통사로 이동해도 자존심과 같은 50%, 30%, 20%라는 숫자는 무너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3월로 예고된 ‘영업정지’도 역으로 이통사들의 보조금 경쟁에 불을 지피는 이유다. 상대가 어쩔 수 없이 쉬는 동안,손 쉽게 가입자를 뺏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는 예년과 다르게 2개 이통사가 동시에 영업정지를 당할 가능성이 높은 점은, 남은 한개 통신사로 하여금 보조금 경쟁을 외면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다.

20% 탈환이 목전인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KT가 동시 영업정지로 손 놓고 있을 15일에서 20여일의 기간이, 반대로 50%와 30% 수성이 급한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가 손발 묶일 같은 기간이 절호의 찬스라는 계산이다. 보조금 경쟁 과열을 우려한 정부의 조치가 오히려 보조금 경쟁에 불을 지피는 모양세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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