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PD’ 들의 반란…죽어가는 프로그램을 살리다

신입 PD들의 반란에 ‘좌초 위기’에 놓였던 예능 프로그램이 살아나고 있다. 두 사람을 주목할 만하다. KBS2 ‘1박2일’의 유호진 PD와 SBS ‘정글의 법칙’의 김진호 PD다.

유호진 PD는 사실 입사 7년차의 프로듀서지만, 여전히 ‘신입 PD’로 불릴 만하다. ‘해피선데이-1박2일’이 일요일 최강자로 군림하던 2008년, 유 PD는 강호동과 멤버들의 몰래카메라에 호되게 당한 뒤 ‘신입 PD’로 불리게 됐다.

이후 유 PD는 지난해 11월 KBS의 주말 예능 간판인 ‘1박2일’의 최연소 신임 수장으로서 ‘신고식’을 치렀다. 수차례 폐지설까지 불거지던 이 프로그램이 유 PD가 총지휘를 하게 된 첫 연출작이었다. 시즌3의 출범 당시 유 PD는 “촬영 전날은 수능시험을 보러 가는 기분”이라며 부담감을 토로했지만, 유 PD가 출격한 첫 방송은 의외로 화제가 됐다. 이후 설 연휴 텅 빈 서울에서의 시간여행을 그리자, 리얼 버라이어티 안에 멤버들의 스토리가 살아나며 호평을 안았다. 기존의 틀은 유지했지만 유 PD 특유의 감성적인 연출과 진화한 복불복, 모닝엔젤 등의 새로운 시도가 수없이 등장하며, 시청률은 점차 상승세를 타 일요일 안방 최강자 자리에도 오르내렸다. 첫 주말 예능 프로그램의 구원투수가 돼 거둔 성과에 유 PD는 ‘1박2일’의 제7의 멤버로도 불리고 있다. 

[사진=유호진 KBS PD]

유호진 PD의 장점은 신입 PD 시절 ‘1박2일’을 함께한 ‘경험’에 있었다. 여행예능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멤버들의 우정, 복불복 게임을 프로그램의 장점으로 계승해 리얼과 예능의 균형을 맞춰가야 한다는 속성을 누구보다 공감한 PD였다. KBS 예능국 선배들은 유 PD에 대해 “멤버 개개인이 게임이나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의 스토리메이킹을 잘한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어떻게 ‘리얼’의 맛을 살려야 하는지 잘 안다(서수민 CP)”고 설명한다.

SBS ‘정글의 법칙’은 100회를 향하는 동안 영광과 위기가 반복해 찾아온 프로그램이다. 김병만과 멤버들의 리얼한 정글 생존기에 시청자는 열광했지만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이 거듭되며 본질은 퇴색됐다. ‘진정성’을 승부수로 앞세울수록 프로그램은 진지해졌고, 10회 분량으로 편성되는 정글탐방은 후반부로 향할수록 시청자를 사로잡지 못하는 고질병에도 시달렸다. ‘금요일 최강자’라는 이름도 무색해져 위기 아닌 위기도 찾아오는 상황이었다. 100회를 앞두고 시험대에 오른 ‘정글의 법칙’은 진짜 신입 PD와 함께 변화를 모색했다.

김진호 PD는 ‘정글의 법칙’ 1회부터 99회까지 조연출을 맡아온 신입 PD로 이번 100회 특집 보르네오 편에서 ‘조연출’ 꼬리표를 처음 뗐다. 

[사진=김진호 SBS PD]

몇 명의 PD가 돌아가며 연출을 맡았던 프로그램에서 1회부터 조연출로 활약해온 김 PD의 보르네오 편은 그간 ‘정글의 법칙’의 집대성이라 할 만했다. 99회까지 쌓아온 노하우가 응집됐고, 신입 PD의 발칙한 시도가 어우러져 생존에만 치우치지 않는 정글 체험을 보여주며 지난달 28일 100회의 문을 열었다. 특히 정글 최초로 병만족과 ‘정글의 법칙’을 거쳐간 레전드 멤버들의 대결을 선보인 ‘더 헝거게임’은 본격적으로 시작도 안 했지만 벌써부터 기대가 높다. 그동안의 정형화된 ‘정글의 법칙’을 벗고 예능으로서의 재미를 찾으려 한 실험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첫 방송은 결과도 좋았다. 2014년 방영분 중 최고치인 16.4%(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6월 방영된 ‘정글의 법칙 in 히말라야’ 편이 16.5%의 전국시청률로 주간 예능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한 이후 무려 39주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프로그램의 백정렬 CP는 “김진호 PD의 장점은 제작진과의 친밀도와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데에 있다”며 “1회부터 조연출을 맡아왔기에 누구보다 ‘정글의 법칙’을 잘 알고 있으며 김병만이 가장 신뢰하고 친밀하게 생각하는 프로듀서”라고 설명했다.

국민MC 못지않게 예능PD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때에, 신입 PD들의 맹활약은 새로운 스타 PD를 기다리게 한다.

박태호 KBS 예능국장은 “누구나 스타 PD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사랑받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자발적 의지가 분명한 PD들에게 기존의 프로그램을 잘 끌고 나갈 수 있도록 새로운 시도를 열어주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파일럿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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