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결여‘채린을 누가 ‘미저리’로 만들었나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SBS 주말극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결혼이라는 제도 등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서로 다른 방식을 보여주며 살아가는 이지아(오은수 역)와 엄지원(오현수 역)의 캐릭터가 떠야 한다. 하지만 채린과 임실댁 같은 캐릭터가 오히려 더 부각되고 있다.

한채린(손여은)은 이 드라마에서 엽기적인 며느리로 활약하고 있다. 요즘은 ‘미저리‘로 통한다. 재혼한 정태원(송창의)이 이혼하자고 하자 “시체로 나가기 전에는 나 이 집 안나가요”라고 버티고 있다.

채린에게는 싸이코, 또라이 며느리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하지만 채린이 미성숙하고 푼수인 것은 동의하나 미저리가 된 것은 남편과 시어머니, 시누이의 책임도 적지 않다.


태원의 집에서 시집살이를 한다는 것은 숨이 막힐 정도다. 시집살이를 한달 넘긴 며느리에게는 상을 줘야 될 정도의 집안이다. 시어머니인 최여사(김용림)는 속물의 극치를 달리고 있고, 시누이 정태희(김정난)의 시기와 모략질은 장난이 아니다. 무섭고 까칠한 시월드 자체가 미저리 느낌이 난다. 이런 숨막히는 집에 시집온 여자를 챙겨줘야 할 사람은 남편이다. 특히 채린 같이 단점이 있는 여자는 감싸줘야 한다. 남편이 배려하고 위로해줘야 아내가 버텨낼 수 있다.

하지만 태원은 처음에는 채린에게 친절한 척 하더니 이후에는 배려는커녕 사안의 결과만 놓고 따지고 있다. 채린이 “사방이 적이다”고 할 수 밖에 없다.

태원은 아내 채린이 불화가 일어난 것에 대해 시어머니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우리 어머니가 원래 그런 사람인줄 몰랐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자기 엄마가 이상한 건 괜찮고 아내가 이상한 건 못봐주는 미성숙한 인간이다. 


채린은 태원의 사랑을 얻지 못하고 태원 어머니에게만 잘 보여, 계모로서 의붓딸 슬기까지 보듬어안을 수 있는지를 따져보지 않고 결혼한 잘못이 매우 크다.

하지만 태원도 미성숙하기로는 채린 못지 않다. 얌전하고 신사 같은 모습을 풍기지만 대가 차지 못해 민폐를 끼치는 형이다. 은수와의 이혼과 채린과의 재혼도 모두 어머니의 입김에 의해서 했다. 자신의 의지와 자신의 책임으로 해야 할 결혼과 이혼을 이런 식으로 했으니 결혼 생활이 온전할 리 없다. 태원은 기본적으로 채린에 대한 사랑이 없으니 가족간 갈등을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한다. 자신의 입으로 ”결혼은 서바이벌 게임”이라고 했으면 아내에게도 서바이벌 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태원은 은수와도 엄마 때문에 이혼했으니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은수가 다미(장희진)와 계속 만나는 현 남편 준구(하석진)와 헤어지겠다고 선언하자 은수와 함께 새로 살 집과 물건을 사러가는 걸 도와줘, 준구를 화나게 하기도 했다.

채린이 잘 했다는 말은 아니다. 채린은 중간 입장에 놓여있는 시집의 가사도우미 임실댁(허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지도 못했다. 임실댁은 채린의 전임자였던 은수를 더 좋아한다.

최여사는 채린의 아버지가 재산을 기부한다고 하자, 외동딸인 며느리의 상속재산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며느리를 몰아부치기 시작했다. 최여사는 친정의 경제력이 떨어지는 은수를 괴롭혀 이혼시킨 전력이 있다. 모든 기준이 돈인 최여사는 하루 열두 번도 다른 인격으로 변환이 가능한 여자다.

채린이 가정불화후 술에 취한 채 들어오고, 말 없이 나가버리는 등의 방식으로 나가고 있는 등 잘못이 적지 않다. 이런 방식으로는 문제가 해결 될 리 없다. 하지만 “상속 없다고 나를 쫓아내려고 그려죠”라는 채린의 말이 그리 틀린 것 같지는 않다.

서병기 선임기자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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