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 김황식 ‘막말 난타전’ 뒤엔…낚시공약만 있고 재원대책 없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전이 막말에 가까운 ‘비방전’으로 다시 가열되는 가운데 정작 후보들이 본인이 내건 공약에 대한 ‘소요비용’에 대해선 “검토 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쉽게 말해, 시험을 보러 온 학생이 “시험 공부 중”이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모양새다.

우선 정 의원은 지난달 31일 대대적인 정책 비전 선포식을 갖고 서울시 발전 구상을 담은 64가지 공약을 쏟아냈다. 주요 공약으로는 은평~강북~도봉 북한산 벨트 친환경 관광특구 조성, 동부간선도로 일부 지하화, 경전철 공사 적극 추진, 공항터미널과 복합단지 건설, 용산 국제업무지구 단계별 추진, 서울~청도ㆍ상해 간 뱃길 완성 등이 있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공약이 대다수라 실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을 추산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정 의원 측 이수희 대변인은 2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공약 소요비용과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마련 방안에 대해 “비용이 얼마나 들지에 대해선, 서울시의 부담을 최소화 하는 방안으로 연구 중인 상태”라고 했다. 그는 “다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이 5대5가 되도록 제안하거나 민자유치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남~시청 신분당선 연장선 조기 착공, 비강남권 상업지역 확대, 한양역사문화특별구 관광메카 조성 등을 공약으로 내건 김 전 총리 측도 공약 이행 방안에 대해선 정 의원 측과 같은 설명이다. 김 전 총리 측 김윤태 정책단장은 “중앙정부와의 협조를 통한 해결도 있고 민자유치를 활성화 해서 재정을 확보하겠다는 대강의 방향은 나와 있다. 구체적인 비용은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공약을 단계별로 내고 있는 상황에서 세부적인 재정 방안을 제출해 언론에 알리는 건 보류된 상태”라면서 “ (공약을) 고쳐야 하는 단계에서 자문을 많이 구하고 예산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선거에 뛰어든 후보들이 대대적인 공약 발표식을 열고 장밋빛 공약을 내걸면서도 정작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에 대해선 “중앙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겠다” “연구 중이다”라면서 뭉뚱그려 설명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 사무총장은 “재정 없는 정책은 허구”라면서 “두 후보의 공약 수준은 언론의 관심을 끌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내던지는 퍼포먼스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재정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이행에 드는 예산만 135조원이고, 이마저도 전국적으로 재검토되고 있으며 심지어 지난해 세수 실적은 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중앙과 지방의 재정을 5대5로 나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한다. 이 사무총장은 “지방선거 때 대규모 개발 공약들이 무차별적으로 나왔다가 이행되지 않고 지지부진하게 끝난 게 대다수”라면서 “대통령의 복지공약과 지역공약 이행에만도 335조원이 드는 상황에서 중앙정부 재정을 받아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이정아 기자/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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