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배우로 돌아온 에릭, 그의 재발견

재발견,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실이나 가치를 다시 새롭게 발견해 인정하다’. 어떤 배우가 작품을 통해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얻는다면, 그것보다 좋은 평이 또 있을까. 가수 겸 배우 에릭(문정혁)이 ‘연애의 발견’ 종영과 더불어 얻은 평가다. ‘에릭의 재발견’.

남성그룹 신화의 리더이자, 2003년을 시작으로 꾸준히 연기자로서도 활동하고 있는 에릭은 2014년 KBS2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극본 정현정, 연출 김성윤 이응복)을 통해 약 3년 만에 안방극장 복귀를 알렸다. 극중 강태하 역을 맡아 이른바 ‘구(舊)남친’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연애의 발견’은 방영 전부터 ‘로맨스가 필요해’를 집필한 정현정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과 ‘케세라세라’를 통해 일찌감치 연기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에릭과 정유미의 재회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베일을 벗은 뒤 ‘기대’는 ‘호응’으로 바뀌었고, 역시 마니아를 형성하며 금세 입소문을 탔다.

그 중심에 에릭이 있었다. 여름(정유미 분)을 중심에 두고 하진(성준 분)과 줄다리기를 한 태하는 매회 시청자들을 들었다 놨다 하며 매력을 발산하기도 하고, 실제 일어날 법한 상황을 실감 나게 연기해 내 보는 이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또 한 번,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다진 에릭을 드라마 종영 후 만났다. 그 역시 결과에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 에릭, 배우로 돌아오다

“기분 좋습니다. 사고 없이 촬영을 잘 마무리했고, 시청자들의 호응도 좋았고 결과도 마음에 들고 모두 좋아요.”

‘연애의 발견’의 결말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공개 전부터 의견이 분분했다. 결국 여름과 태하가 다시 손을 잡았다.

“처음 시놉시스를 봤을 때 본 결말 그대로였어요. 결과가 좋았다는 건,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보신 분들의 반응이 좋았다는 말이에요. 결말은…물론, 여름(정유미 분)이 태하랑 연결되어서 좋긴 하지만 하진(성준 분)과 됐어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을 거예요. 모든 걸 감독님과 작가님에게 맡겼어요. 마지막 회 대본도 좋게 나왔고, 잘 마무리되어서 기분 좋아요(웃음).”

3년 만의 드라마 복귀라는 타이틀만으로도 에릭을 향한 관심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부담도 컸을 터.

“오랜만이라서 그런 걸 떠나서 매 작품마다 부담은 있어요. ‘연애의 발견’은 대본과 캐릭터도 좋고, 제가 소화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더 부담이 됐을 수도 있어요. 최대한 지문에 맞춰서 대본에 충실하게 연기하려고 했습니다.”

분명 부담을 안고 시작했지만, ‘에릭의 재발견’이란 평가를 얻어냈다. 에릭 역시 쏟아지는 호평에 벅찼다.

“연기자로 데뷔하고 나서 지금까지 10년이 넘었는데, 작품이 끝날 때까지 좋은 기사만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가장 처음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건 ‘신화방송’의 감독님을 통해서예요. ‘연애의 발견’이라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이후 KBS 측의 책임프로듀서와 이야기를 나눴어요. 당시 신화로서의 스케줄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못한다’고 했는데, ‘에릭의 재발견을 만들어주겠다’고 공언을 하셨어요. 실제로 그런 말을 들으니 신기했죠.”

정유미, 성준과의 호흡도 좋았다.

“성준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처음 본 친구예요. 유미도 그렇지만, 두 사람 모두 정말 착해요. 둘 다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고 하는 성향이에요. 성준은 어리고, 열정이 강한 친구죠. 촬영을 하면서 상대 배우에게 맞춰주고, 배려심도 많은 것 같고요. 특별히 연기와 캐릭터에 대해서는 많이 하지 않았어요. 현장에서는 재미있게 지냈어요.”

“정유미는 거울 같은 배우예요. 자신을 찍고 있지 않아도 행동을 했을 때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는, 그런. 저는 대본과 지문에 갇혀서 기계적으로 움직인다고 하면 유미는 거기에 구애받지 않고 매번 연기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유미에게 모질게 하는 신을 찍을 때는 실제로 마음이 아팠어요. 순수하고 여려서 못되게 구는 연기를 할 때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마음이 아팠어요.”

신화 멤버들의 반응만으로도 이번 작품이 얼마나 좋았는지 알 수 있다.

“멤버들은 모두 ‘재미있다’고 말했어요.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었지만, 이번 드라마는 유일하게 ‘독설’이 없었어요. 원래는 연기를 하면서 나오는 저의 버릇을 지적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 없이 ‘재미있다’는 문자를 보내면서 아쉬워하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 에릭, 강태하가 되다

지금까지 정현정 작가의 작품이 그랬듯, ‘연애의 발견’ 역시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겪었을법한 대사와 상황으로 큰 공감을 얻었다. 특히 여성들의 뜨거운 지지를 이끌어냈다.

“기존에 해왔던 작품들은 확실한 스토리가 있고 그것을 따라서 궁금증을 풀어나가는데 목적이 있었다면 ‘연애의 발견’은 처음부터 끝까지 연애만 하는 스토리예요. 매회 싸우고 헤어지고, 사랑하는 이야기였는데, 저 역시도 그랬지만 주위에서도 많이 공감을 했을 거예요. 대사들과 상황들이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어요.”

남성인 에릭도 충분히 공감할 법한 상황과 대사들이 넘쳐났다.

“태하에게 공감했던 것도 있고, 하진에게 마음이 간 적도 있어요. 물론, 여름에게도요. 사실 이 드라마에서 착하고 반듯한 인물은 솔과 준호뿐이었어요(웃음). 보통은 그런 사람이 주인공을 맡지만, ‘연애의 발견’의 주인공들은 모두 결점이 있고, 허점이 많은 인물들이었어요. 드라마를 통해 예쁘고 멋있고 달달한 것만 보여주는 것보다 가려운 곳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그게 ‘연애의 발견’에서는 표현된 것 같아서 연기를 하면서도 대본을 보면서도 재미있었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도 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그것.

“11회 말미, 여름이가 태하에게 ‘창밖을 몇 번이나 보는 줄 아느냐’고 묻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실제 그걸 찍을 때는 뒤로 돌아서 있어서 현장에서 유미가 어떻게 했는지는 몰랐어요. 후에 방송을 보고 굉장히 짠하더라고요.”

16부작으로 구성된, 첫 회부터 끝까지 ‘연애’로만 이뤄진 드라마를 마쳤다.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마음의 변화도 일렁인다.

“드라마를 찍고 모니터를 하면서, 상황들에 공감이 가니까 그때 상대방의 기분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이랬을 때, 상대방은 이랬구나라는 걸 조금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결혼 적령기가 되니 누군가를 만날 때 따지는 것도 많아지고, 이전의 연애와 비교해서 다음 연애에 옵션이 늘어나더라고요. 그런데 ‘연애의 발견’을 끝내고 나니,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대사 중 ‘너랑 있을 때 가장 나다워 지는 것 같아’라는 말처럼 둘이 있을 때 가장 편하고,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변화라고 할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혼란스럽기도 합니다(웃음).”

에릭에게 ‘연애의 발견’은 고마운, 잊지 못할 작품이다.

“대표작이라기보다는 저를 모르는 사람에게 예전에는 ‘케세라세라’를 보라고 했다면, 지금은 ‘연애의 발견’으로 바뀌었어요.”


◆ 신화, 배우 에릭과 남자 문정혁

옛 연인을 떠올리게 하면서, 현재의 연인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한 작품으로 꼽히는 ‘연애의 발견’. 주인공을 연기한 만큼 에릭 역시 연애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됐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많은 연애가 있었죠(웃음). 그중에서는 조건이 잘 맞는 여자도 있었고, 절친한 친구처럼 뭐든 같이 할 수 있는 그런 여자도 있었어요. 물론 두 가지 모두가 충족된다면 좋겠지만(웃음). 시간이 지날수록 따지는 게 많아져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부모님도 계시고 사회생활도 해나가야 하니까 여러 가지가 따라와 줬으면 하는 생각들이 있죠. 그런데 드라마를 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가서 ‘둘이 있을 때 가장 즐거워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못 만나는 것 같고요(웃음).”

결혼 생각도 물론 있고, 이상형도 확실하다.

“얼굴 이외에 목소리와 말투를 봐요. 눈에 보이는 걸 보는 거죠. 사실 그 사람의 마음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것이니까, 처음 봤을 때 성격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건 목소리와 말투라고 생각해요.”

“결혼은 마흔 전에 하고 싶습니다(웃음). 직업의 여건 상 어려운 점이 있지만, 좋은 사람이 있다면 만나 결혼하고 싶어요. 신화 멤버들 중에서는 제가 가장 먼저 가지 않을까요? 아마 제가 시작을 해야 다른 멤버들도 갈 것 같아요(웃음).”

3년 만의 연기자 복귀로 많은 것을 이뤄냈다. 한층 성숙한 연기력으로 호평을 얻은 만큼 다음 작품 활동 역시 기대되는 게 사실.

“작품을 선택할 때 좋은 작품을 하자는 게 가장 우선이에요. 역할이 크지 않더라도 좋은 작품에 일부가 되고 싶은 마음이 100%죠. 배우로서 욕심을 내는 건 저의 연기적인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것보다 좋은 작품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욕심은 없다. 다만, 작품을 선택함에 앞서 확고한 신념은 있다.

“작품을 시작할 때 매번 부담감을 안고 들어가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편해지는 스타일이고, 그렇다고 후반에 긴장이 풀어지고 편해지는 건 또 아니에요.할 때마다 똑같은 부담과 어려움으로 작품을 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 역시 하고 싶었던 만큼 부담이 컸는데, 생각 이상으로 결과가 좋아서 다음번에도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면 좋겠어요. 지금까지의 생각으론, 굳이 저에게 없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지금까지 반대되는 걸 해본 적은 없거든요. 생각이 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아직은 그렇습니다.”

오는 2015년 1월, 컴백을 앞두고 있는 신화. 에릭은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신화의 리더로 돌아간다. 정해진 날짜를 목표로 컴백 준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며, 배우가 아닌 가수로 뜨거운 함성의 주인공이 된다. 무대 위 혹은 작품 속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에릭의 ‘재발견’이 기대된다.

김하진 이슈팀기자 /hajin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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