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공약에 놀림감 된 국민…

신공항 선정 뭘 남겼나
국론분열·정치불신만 키워
혐오시설엔 반대급부 특혜
경합지는 개발이익 공유
국책사업 선거공약서 제외해야

포퓰리즘이 화를 불렀고, 정부의 갈팡질팡 대책이 기름을 부었다.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낸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대책으로 부산ㆍ경남과 대구ㆍ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극심한 국론 분열 양상이 22일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역 이해를 자극한 정치인들의 포퓰리즘과 정부의 갈등 조정 기능 상실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을 타당성 검토 없이 선거 공약으로 내거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민주주의사회에서 필연적인 혐오시설 및 공공시설 유치를 둘러싼 지역간 갈등에서는 반대급부의 혜택이나 개발이익 공유 등의 장치를 통해 정부가 적극적인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왔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은 원래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검토됐으며 이명박 정부는 30대 국책 사업의 하나로 선정하고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유력지로 꼽았다.

하지만 부산과 대구ㆍ경북 지역간 갈등이 극심해지자 2011년 이명박 정부는 백지화를 선언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ㆍ문재인 두 후보가 다시 동남권 신공항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결국 타당성 미비로 폐기됐던 정책을 다시 꺼내들었다가 5년만에 다시 백지화시킨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부산과 대구ㆍ경북의 민심은 쪼개졌고, 정치인들은 지역 이해에 편승해 갈등을 키웠다. 심사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에는 시민들이 시위를 하고 정치인들은 연일 정부를 압박하는 상황이 거듭됐다.

정부는 공론화나 사회적 합의를 유도하기보다는 “정치적 고려 없이 경제적ㆍ객관적으로 결정한다”는 원칙만 되뇌인 채 사실상 국론분열과 지역갈등에 손을 놨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라는 외국 업체에 용역을 맡기면서 정부는 제대로 된 기준 공유나 절차 설명도 없어 ‘비밀주의’로 일관하며 정부가 사실상 갈등 조정 역할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들었다.

정부는 신공항 백지화가 아닌 ‘김해신공항’이라고 강변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5년 전에 이미 타당성이 없다고 내린 결론을 되돌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22일 “기존에 전문가들도, 부산시도 김해공항 확장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죽 얘기해왔다”며 “그런데 갑자기 최선의 대안이 됐으니까 그 점 분명히 돼야지 지역 주민들도 전문가들도 다 납득할 것”이라고 정부 결정을 비판했다.

정연정 배제대 공공행정학과 교수는 “특정 지역에 들어서는 대형 시설을 국가적인 타당성 검토 없이 정부와 정치인들이 약속해 지역 이기주의만 부추겼다”며 “지역포퓰리즘에 기댄 대선공약이 문제였다”고 했다.

또 “국가 전체의 전략적 발전을 위해 필요한 시설 투자는 정치인들의 리더십에 의해 약속할 수는 있지만 객관적인 타당성 검토가 필수적인 전제”라고 했다. “공약으로 제시되는 정책은 예산타당성이 명확하게 검증되고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도 했다. “외국업체에 용역을 의뢰하기보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책사업 심의위원회’같은 기구를 통해 면밀한 검증을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게 정 교수의 말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흔한 ‘님비’(혐오시설 배척주의)나 ‘핌피’(이익시설 유치요구)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혐오시설 유치시 반대급부의 특혜를 주거나 공공ㆍ이익 시설 유치 경합지는 개발이익을 공유하는 등의 장치도 정부가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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