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마트쇼퍼다 ①] 똑똑한 소비자, 온ㆍ오프 경계를 넘다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두 아이를 둔 주부 오 모(34) 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가격비교 사이트를 찾는다. 당장 급하지 않은 물건은 파격가에 상품을 판매하는 핫딜을 이용해 구매하고, 가끔 친구들과의 ‘단톡방’이나 온라인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할인프로모션도 꼼꼼하게 챙긴다.

오 씨는 “오프라인에서 그때그때 구입하는 것이 효율적이기는 하지만 제 값주고 구입하면 손해보는 느낌”이라며 “오히려 돌아다니지 않고 손품만 좀 팔면 싼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다. 운이 좋으면 반값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제 값 주고 사면 ‘호갱’인 시대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은 충동구매 대신 최저가를 찾고 배송까지 이어지는 기다림을 감수하는 ‘합리적인’ 소비에 공을 들인다. SNS,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서 공유되는 각종 할인소식은 스마트쇼퍼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정보다. [사진출처=123rf]

합리적 소비, 가치소비로 대표되는 ‘스마트 쇼퍼’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손품, 발품을 파는 걸 마다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저렴한 상품을 구입하는 데 공을 들이는 것은 단지 스마트 쇼퍼의 영역이 아닌 불황 속 일반화된 소비트렌드로 자리잡은 분위기다. 여기에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SNS,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각종 쇼핑ㆍ할인정보가 빠르게 공유, ‘제 돈 주고 사면 호갱’이라는 우스갯소리는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스마트쇼퍼, 온ㆍ오프를 넘나들다=스마트 쇼퍼들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는 무의미하다. ‘쇼루밍’(오프라인에서 상품을 보고 온라인에서 구입하는 것)ㆍ‘역쇼루밍’(온라인에서 상품 검색 후 오프라인에서 구입하는 것)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스마트 쇼퍼는 구매과정에서 ‘채널’을 구분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칸타패널월드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가구의 과반수(66%)가 크로스오버 쇼퍼이며, 상황에 맞게 최소한의 비용으로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그 소비패턴은 점차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핵심은 ‘손품’이다. 과거 발품을 팔며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상품 정보를 찾아나서야 했던 때는 지났다. 정기적으로 할인정보를 확인하고 최저가를 비교하는 것은 소비의 일부분이 된지 오래다. 

시즌오프ㆍ할인기간은 스마트 쇼퍼들의 본격적인 활동기다. 평소 구입하고자 했던 상품들은 할인기간까지 기다렸다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실제 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중 50% 가량이 할인시즌을 이용해 쇼핑을 한다고 답했다. [사진출처=아이파크백화점]

스마트쇼퍼들의 활동은 할인 무풍지대도 초토화시킨다. 할인프로모션이 진행되지 않는 일부 프랜차이즈 커피숍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할인 되는 커피전문점’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이용권’을 구입하면 모든 음료에 상시 10% 할인을 받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실제 소셜커머스 티몬에서는 카페의 음료상품권 매출은 올해 상반기 지난해 동기대비 354% 상승했다. 현재 커피빈, 탐앤탐스, 공차, 이디야 등 다양한 카페들이 이용권을 선보이고 있으며 통상 1만원 이용권이 10% 할인된 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상품과 서비스를 좀 더 저렴하게 사기 위한 소비패턴이 더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과거에는 이런 소비가 번거롭다고 생각됐다면 현재는 100원이라도 저렴하게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정보를 찾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된 분위기”라고 했다.

▶국경도 거침없이…‘직구’도 똑똑해진다=해외직구는 똑똑한 소비트렌드가 만든 대표적인 소비채널이다. 해외직구를 통해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면서 직구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1조 6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직구가 점차 일상화되고 동시에 간편하면서도 더 저렴한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진화’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IT업계에 종사하는 박 모(35) 씨는 샤오미 등 전자기기를 살 때 반드시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한 상품 검색을 빼먹지 않는다. 여기에 브렉시트로 파운드화 환율이 낮아진 후에는 유럽국가를 포함한 아마존ㆍ이베이 간에 가격 비교 사이트인 curiua.com도 즐겨 찾는 사이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 모든 쇼핑 정보들은 박 씨가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일부 상품은 지인이나 커뮤니티 회원과 함께 공동구매 형식으로 저렴하게 구입하기도 한다.

박 씨는 “단순히 직구라고 싸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직구를 할 때도 꼼꼼하게 가격을 비교해야 한다. 최근에 파운드 환율이 떨어지면서 주변에서 영국직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대표적”이라면서 “최근에는 스내피 같은 해외직구사이트를 모아서 결제ㆍ배송대행지 서비스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모바일서비스들도 나오고 있어서 해외직구가 점점 더 쉽고 간편해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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