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앙우승’ 전인지, 메이저에 유독 강한 이유는?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그야말로 ‘본 투 비(Born to be) 메이저퀸’이다. 프로통산 승수 가운데 절반 이상을 메이저대회서 거뒀다. 스스로도 다양한 기술과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메이저대회의 까다로운 코스가 자신의 스타일에 맞다고 할 정도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나흘 내내 변별력 높은 코스와 변덕스러운 날씨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압도적인 플레이로 각종 신기록이 딸려 왔다.

전인지는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6470야드)에서 끝난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묶어 2타를 더 줄여 최종합계 21언더파 263타로 정상에 올랐다.

전인지는 LPGA 투어 메이저대회 72홀 최다 언더파(-19)는 물론 제이슨 데이(호주)와 헨릭 스텐손(스웨덴)이 세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 72홀 최다 언더파(-20)까지 갈아치웠다. 미국 언론들은 “전인지가 세계 골프 역사를 다시 썼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해 US여자오픈서 우승해 LPGA에 진출한 전인지는 생애 1,2호 LPGA 투어 우승을 모두 메이저대회서 장식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이 기록은 박세리(39)와 전인지 두명 뿐이다.

전인지는 20일 발표되는 세계랭킹에서 3위로 상승,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랭킹에 오를 예정이다. 또 우승 상금 48만7500달러를 보태 시즌 상금 140만5000달러로 4위로 뛰어 올랐다. 신인왕은 사실상 확정이다. 현재 신인상 포인트 1223점으로 멕시코의 개비 로페즈(427점)를 크게 따돌리며 독주하고 있다.

본투비 메이저퀸…메이저에 강한 이유는?=전인지는 메이저대회에서 유독 강하다. 2013년 프로 데뷔한 후 한미일 투어에서 통산 13승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메이저대회 우승컵이 무려 7개다. 통산 승수의 절반이 넘는다. 한국서 3승, 미국과 일본에서 각각 2승씩 거뒀다. 2013년 프로데뷔 첫 승도 메이저대회이자 내셔널타이틀인 한국여자오픈에서 거머쥐었다. 지난해엔 한 시즌 한미일 메이저 석권이라는 전무후무한 역사를 쓰기도 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메이저대회 살롱파스컵과 일본여자오픈, LPGA 투어 US여자오픈, 그리고 KLPGA 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서 모두 우승한 것. 박세리와 박인비도 이뤄내지 못한 대기록이다.

전인지가 메이저대회에 강한 이유는 우선 강한 정신력이다. 이전 홀에서의 실수를 잊고, 내 퍼터에서 떠난 공은 반드시 홀컵으로 들어간다고 믿는 긍정적인 사고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스승인 박원 프로와 6년째 멘탈트레이닝을 하면서 길러진 강심장이다. 야디지북에 적는 ‘즐겁고 신나게 몰입하기’도 박원 프로와 함께 생각한 문구다.

전인지는 “갤러리가 많아야 신이 난다. 샷 하나하나에 같이 아쉬워하고 환호하는 반응이 재미있다”고 했다. 메이저대회 최종라운드 챔피언조의 강한 압박을 이겨내는 비결로 “두려움을 무시한다”는 다소 엉뚱한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전인지는 “메이저대회의 까다로운 코스가 좋다. 14개 클럽을 모두 사용하게 만드는 코스다. 다양한 샷과 기술, 상상력을 동반한 코스매니지먼트를 필요로 하는 게 매력적이다. 새로운 도전하는 게 즐겁다”고 강조했다.

다음 목표는 2020 도쿄올림픽 메달=올해 LPGA 무대를 밟은 전인지에게 유독 악재가 많았다. 시즌 초 싱가포르공항 에스컬레이터에서 동료선수 장하나의 아버지가 놓친 가방에 허리를 다쳐 한 달 간 부상 치료와 컨디션 회복을 해야했고 리우올림픽에서도 공동 13위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LPGA 투어에선 준우승만 3차례로 우승이 잡힐 듯 잡히지 않아 애를 태웠다.

전인지는 우승 후 감정이 북받친 듯 큰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담았다. 전인지는 “그동안 기다려왔던 우승이라 꿈을 꾸는 것 같다”며 “다치고 난 뒤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사이클에 빠졌는데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낸 결과인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우승 직후 LPGA 와서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그때 이끌어준 팀원과 가족 생각이 제일 먼저 났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전인지의 다음 목표는 4년 뒤 올림픽이다. 전인지는 “올해 목표는 올림픽이었는데 그 목표 이뤘고 다음 기회가 주어진다면 메달을 걸어보고 싶다”며 “올림픽으로 골프가 다시 재밌어졌는데 길게 보고 싶다. 내 인생의 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면서 꽃을 피우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인지는 29일 일본 메이저대회인 일본여자오픈에 출전해 2연패에 도전하고 이어 10월6일 개막되는 KLPGA 메이저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 나서 역시 2연패를 노린다. 국내 투어 출전은 11개월 만이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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