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투자·인사 올스톱] ‘독배’로 되돌아온 대통령 독대…작년 7월 기업은 ‘덫’에 걸렸다

檢 뇌물죄 적용땐 메가톤급 파장
그룹 총수들 추가조사 못피할듯
“정권 요청에 참석…이게 무슨 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조사하고 있는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가 초긴장 상태다. 대통령에게 뇌물죄가 적용되면 대통령과 독대 이후 재단에 돈을 낸 대기업 총수 일부가 뇌물공여죄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대통령과 독대를 했던 총수들은 앞으로도 추가 조사를 받게 될 공산이 크다. 검찰조사 이외에도 앞으로 특검과 국정조사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의 독대(獨對)가 결국 독배(毒杯)가 되어 돌아온 형국이다.

앞서 지난 주말에 이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총수들은 검찰에 줄줄이 출석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왔다.

기업들은 ‘한류 문화 확산에 도움이 되겠다’는 선의로 거금을 지원 했음에도 불구하고, 듣도 보도 못한 최순실 사태에 휘말려 ‘정경유착의 공범’, 또는 ‘뇌물공여 피의자’로 몰리는 시국이 원망스럽다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대내외적 경제 환경이 안 좋아지는 상황에서 검찰 조사로 인해 앞으로 대외 경영활동에도 제약을 받게 됐다는 설명이다.

사실 최순실 게이트 정국 초반만 해도 기업들은 애초 피해자로 인식됐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경질,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퇴진 등에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최 씨의 독일 법인에 35억원을 직접 송금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부영그룹이 재단에 돈을 내는 대가로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기업을 향한 여론은 악화됐다.

한 그룹 관계자는 “기업들은 최 씨의 존재 자체도 몰랐고,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 및 정권의 요청에 따라 선의로, 혹은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낸 케이스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외활동에 여념이 없어야 할 총수들이 검찰에 들락거리게 됐으니 이게 무슨 꼴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재계에서는 박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의 존재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관례’에 벗어나지 않은 수준에서 선의로 자금을 지원했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 기업들이 작년 7월 박대통령과 7개 그룹 총수들이 독대하기 직전 ‘민원성 현안’을 제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의례적으로 기업의 현안 등을 정리해서 넘긴 것”이라며 “이를 민원성 청탁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사시눈으로 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계에선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더라도 경기침체 국면에 ‘트럼프 리스크’까지 몰아치는 상황이어서 총수들의 역할을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총수의 손발을 묶는 듯 한 여론은 우리 경제에 치명상을 줄 수도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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