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피하자”…몸 낮춘 재계

상의, 박용만 회장 발언 해명자료
민간기업도 주요현안 신중 대응

재계가 바짝 엎드렸다. 만에 하나라도 정부에 밉게 보일 일은 하지 말자는 것이 공통된 계산이다. 발언 하나하나에 신경쓰고, 우려스러운 보도에는 사전 대응에도 나선다.

일부 경제단체가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는 것도 학습효과로 재계인사들의 기억속에 남아있다.

지난 8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는 별도의 해명자료를 냈다. 박용만 상의 회장의 발언의 뜻이 본의와 다르게 보도가 됐다는 것이 골자다. 이날 박 회장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회의 김연명 분과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정책에 대해 경제단체가 이러 저런 의견을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보도에서 박 회장의 말이 잘려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다. ‘무엇이 이르다’는 것이냐에 대해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최근의 정부 정책에 대한 것이라는 해석도 보태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상의 측이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나선 것이다. 진실 여부를 떠나 상의 측이 박 회장 발언의 정확한 진의를 알리겠다고 나선 것은 최근 상황과 무관치 않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최근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 목소리를 냈다가 혼쭐이 난 경험이 있다. 국정기획자문위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경총을 질타했다. 경총은 꼬리를 내렸다.

특히 박 회장과 국정기획위와의 만남은 재계와의 첫 만남으로 의미가 부여된 상황이라, 자칫 상의가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이 나올 경우 소통 창구가 원천 차단될 수도 있어 더 조심스러웠던 것으로 해석된다.

몸을 낮추는 것은 민간 기업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 공장을 짓기위한 부지를 물색중인데, 공장 부지가 사실상 결정됐고 관련 사안이 이달 말로 예정돼 있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자 사전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관련 보도에 대한 설명을 상세히 했고, 특히 한미 정상회담과 연관되어 지는 것에 대해 예민하다. 사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직후부터 미국 내 공장 설립을 추진해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부터 추진돼왔던 사안이 미국 내 가전공장 설립이었다.

특히 최근엔 ‘코미 폭탄’이 터지면서 미국 내 트럼프 대통령 탄핵 기운이 고조되고 있어 고려해야할 변수가 크게 늘어났다.

LG전자가 지난 5월 분리공시 도입에 찬성하는 의사를 밝힌 것도 주목되는 행보다. LG전자는 지난 2014년 단말기유통법 제정 당시에는 분리공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들어 분리공시 도입 찬성쪽으로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LG전자는 여기에 한걸음 더 나아가 지원금 뿐 아니라 장려금까지도 분리공시를 하자는 의사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전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의 돈줄을 차단해 제품자체로만 승부를 보겠다는 LG전자의 견제 심리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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