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끊은 남편 뒤늦게 아내 유산 요구…法 “자녀 상속 몫 80%”

-법원, “숨질 때 곁을 지킨 자녀들에 유산의 80% 줘야”
-남편, 법정 상속 권리 3분의1 못받아…“자녀 기여가 더 커” 판단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수십 년 간 연락두절된 배우자 대신 숨질 때까지 곁을 지킨 자녀들에게 유산의 80%를 줘야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 권양희)는 숨진 A씨의 남편이 “유산을 나눠달라”며 자녀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자녀들의 기여분을 80%로 인정했다고 19일 밝혔다. 


기여분이란 피상속인을 부양하거나 재산 유지와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에게 상속분을 더 주는 제도를 의미한다.

A씨는 지난 1982년부터 남편 B씨와 따로 살기 시작했다. B씨가 이혼 소송을 냈지만, 부부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란 이유로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장을 운영하던 B씨는 아무 연락 없이 여러 차례 공장 위치를 옮겼고, 자녀들의 양육비나 생활비도 전혀 주지 않았다. A씨가 병석에 누워 숨질 때까지 B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남편과 연락이 끊긴 동안 성인이 된 두 자녀는 A씨를 부양했다. 두 자녀는 일자리를 구한 뒤 A씨에게 매달 70만 원, 100만 원 씩 각각 생활비를 줬다.

장녀는 A씨와 한집에서 지내며 옷가지와 신발까지 챙겼다. A씨의 신부전증이 악화되자 장남은 운영하던 한의원을 폐업하고 간병에 나섰다. 병원비와 장례비도 자녀들이 모두 부담했다.

A씨는 결국 숨졌다. 그런데 A씨가 숨진 뒤 수십 년 간 연락이 없던 남편 B씨가 나타났다. B씨는 “아내의 유산 2억 8800만 원을 법정 상속분대로 나눠달라”며 지난 5월 법원에 소송을 냈다. 그러자 두 자녀도 ‘어머니가 숨질때까지 간호하고 봉양한 기여분을 인정해달라’며 맞소송을 냈다.

민법에서 정한 법정상속분 규정대로 라면 배우자는 유산의 9분의3 만큼, 두 자녀는 각각 9분2씩 물려받아야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두 자녀의 기여분을 유산의 80%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부모와 자식 사이에 통상 기대되는 수준 이상으로 A씨를 부양했고, 재산 유지 및 증가에 직접적으로 기여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두 자녀의 기여분을 각각 40%로 봤다. 이에 따라 자녀들은 각 1억 2000여만 원을, 남편 B씨는 1920여 만 원을 상속받게 됐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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