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거니, 명주가 되다③]스미노프, 국왕에게 바친 보드카의 전설

-1초에 10병 판매…전세계 1위 보드카
-1864년 표트르 스미노프에 의해 탄생
-숯으로 여과하는 독특한 방법으로 만들어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어떤 일이든 자신의 이름을 건다는 것은 굉장히 책임이 막중한 일이다. 자신과 가문의 선대, 후대에까지 영향을 주기때문이다. 여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오로지 술 하나에 인생을 건 사람들이 있다. 기네스, 조니워커, 스미노프 등 한번쯤 들어본 이 술들은 사실 사람의 이름이다. 누군가에게 ‘인생술’로 칭송받는 명주 중에는 창시자의 이름을 건 술들이 상당히 많다. 이 술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수백년 간 이 술이 후대에 이어질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한 잔의 술을 위해 인생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본다.

[제공=디아지오코리아]스미노프를 창시한 표트르 스미노프

③스미노프=전세계 주류 판매량에서 위스키, 와인을 모두 능가하는 술은 단연 러시아의 국민 술 ‘보드카’이다. ‘보드카(Vodka)’라는 단어의 어원은 ‘작은 물’이란 뜻의 러시아 단어인 ‘Voda’에서 기원했다. 한국에는 소주가 있다면, 러시아에는 보드카가 있다.

‘보드카를 마실 줄 알아야 진정한 러시아인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보드카는 러시아의 정신이 담겨있는 술로 러시아 국민들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1년 중 절반 이상을 혹한 및 눈과 싸워야 하는 러시아인들에게 체온을 높여줄 수 있는 보드카는 ‘마법의 물’로 자리잡은 것이다.

독보적인 입지로 보드카 시장을 이끌어온 스미노프(Smirnoff)는 자유와 자긍심, 힘을 상징하는 러시아 정부의 인증을 받았다는 의미로 독수리 모양의 국장(Coats of Arms)을 병에 새겨 넣고 있어 러시아라는 국가에 대한 상징성을 담고 있다. 스미노프는 1864년 표트르 스미노프(Pyotr Smirnov)가 만든 세계적으로 1초에 10병(2009년 IWSR 기준)씩 판매되는 술이다.

이처럼 오늘날 대다수의 사람들은 스미노프를 마시면서 러시아를 떠올리지만 정작 러시아에서 스미노프는 역사적으로 여러차례 ‘박해’를 받았다. 제정 러시아 시절 보드카는 주요 세원이었으며 나라의 전매사업이었다. 1863년, 200년간 이어진 전매가 폐지되자 민간 사업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증류업자 표토르 스미노프(Pyotr Smirnov, 1831~1898)도 그들 중 하나였다.

표토르의 보드카는 숯으로 여과하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방법을 도입해 보다 순수하고 맑은 맛으로 러시아 귀족은 물론 왕족들까지 사로잡았다. 1886년 스미노프는 짜르(Czars)를 알현해 당시 러시안 귀족 공식 조달업자란 직책을 얻으며 국왕에게 보드카를 헌납하는데, 그것이 바로 Recipe No.21이다. ‘No.21’은 21번째 레시피라는 뜻이다. 이 시절 러시아 왕실로부터 받은 4개의 문장은 아직도 스미노프 병에 새겨져 있다.

[제공=디아지오코리아]스미노프 제품 중 가장 대표적인 스미노프 레드

하지만 국가 재정의 대부분을 보드카 세수로 충당해온 러시아가 1904년 보드카 생산을 국영화하면서 스미노프 일가는 공장과 브랜드를 국가에 몰수당한다. 그 후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난 1917년에는 급기야 목숨을 건 망명을 시도한다. 표토르 스미노프의 아들 블라디미르는 ‘보드카 제조 비법’만 갖고 프랑스로 향하게 된다. 이것이 러시아의 술 ‘보드카’가 서구에 알려지게 된 계기다. 이때 블라디미르는 자신의 이름이자 브랜드의 상징인 ‘Smirnov’를 러시아식에서 프랑스어인 ‘Smirnoff’로 바꾼다.

이스탄불과 파리에 증류소를 차린 스미노프는 1930년대 들어서 미국 주류시장의 문도 두드린다. 당시 술이라면 위스키 밖에 모르던 미국인에게 보드카는 생경함 그 자체였다. 블라디미르는 이를 파악해 스미노프를 무색, 무취, 무향의 ‘화이트 위스키’라는 별칭으로 시장에 내놓았다. 1933년 금주법 폐지 후 미국 전역에 칵테일 문화가 유행하면서 스미노프는 날개 돋힌 듯 팔리기 시작한다. 전세계 칵테일 시장의 지평을 연 것이다. 이후 1940년대, 50년대 미국 위스키 바의 유행을 주도하면서 러시아 왕실의 술 스미노프는 대중적 성장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라임과 진저 맥주를 혼합한 ‘모스크바 뮬(Moscouw Mule)‘로 시작해 007 제임스 본드의 “보드카 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Dry Martini. Shaken. Not stirred.)”라는 명대사를 탄생시킨 스미노프 블랙 보드카 마티니(Smirnoff Black Vodka Martini), 그리고 스크루 드라이버(Screw driver)와 블러디 메리(Bloody Mary) 칵테일이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스미노프는 대표적 보드카 브랜드로 발돋움하게 된다.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스미노프의 인기 비결은 ‘순수함(Purity)’에 있다.

보드카는 ‘여과’의 과정을 중요시하는데, 3번의 증류과정과 자작나무 숯(Birch Charcoal)을 사용한 여과과정을 거쳐 순수하고 깨끗한 맛을 만들어 내는 것이 특징이다. 불순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작나무를 1000도 이상 고열로 태운 활성탄을 사용해 10번의 여과과정을 진행한다. 스미노프 보드카의 병 레이블에는 3종류의 숫자가 적혀 있다. 병 하단의 로마 숫자 ‘Ⅲ’과 ‘Ⅹ’는 각각 3번의 증류와 10번의 여과를 의미한다. 

[제공=디아지오코리아]스미노프 브랜드 로고

뿐만 아니라 다른 보드카처럼 부드러운 맛을 내기 위한 첨가물(시트릭산)을 사용하지 않아 보다 청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스미노프의 매력은 이렇듯 절정의 순수함에서 다양한 재료를 끌어 안고 맛있는 술로 변하는 데 있다. 146년 동안 지금까지 전 세계 보드카 매니아들의 사랑을 받아온 스미노프는 늘 새로운 모습으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아이콘으로도 상징 된다. 스미노프만이 가지는 수수함과 아울러 어떤 재료와도 강렬한 케미스트리를 자랑하는 매력 때문일 것이다.

스미노프 보드카는 오리지널 스미노프 보드카, 무색, 무취, 무향의 가장 순수한 정통 보드카인 레드 (No.21)와 부드럽고 유일한 맛의 블랙 (No.55), 그리고 스미노프 그린애플, 스미노프 오렌지, 스미노프 라즈베리의 3가지로 구성된 스미노프 플레이버, 그리고 RTD (Ready To Drink)시장 세계 1위인 스미노프 아이스가 있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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