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리퐁 덕분에…’ 52년만에 남매 상봉

[헤럴드경제=이슈섹션] “먹고 사는데 치여 동생을 더 적극적으로 못 찾은 걸 평생 후회하며 미안해하셨어요.”

지난 29일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크라운제과의 과자 ‘죠리퐁’ 덕분에 52년만에 상봉한 친남매가 있다.

크라운제과는 2016년부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실종아동 전문기관은 함께 ‘희망과자 프로젝트 2탄’을 진행하며 과자 뒤편에 ‘장기 실종 아동’의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SBS뉴스 캡처]

1965년 8월 이재인(62) 씨가 10살이던 해, 어머니는 8살 여동생 영희(60) 씨를 잃어버렸다. 남대문 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던 어머니는 동생 영희 씨를 데리고 나갔다. 장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갑이 없어졌음을 알고 “찾아오겠다”며 영희 씨를 정류장에 잠깐 기다리게 했는데, 그때 영희 씨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재인 씨의 어머니는 영희 씨를 찾기 위해 서울 시내 보육원을 샅샅이 돌아다녔지만 찾을 수 없었다. 가난 때문에 잃어버린 딸을 제대로 찾지 못한 죄책감으로 여생을 보낸 어머니는 2016년 10월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영희야”라며 잃어버린 딸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사실 재인 씨는 동생이 있다는 사실도, 그 동생이 어렸을 때 실종됐다는 사실도 어른이 돼서야 알았다. 아버지는 진작 돌아가셨고 어머니 혼자 남매를 키울 형편이 안돼 큰집에 얹혀살고 있었기때문이다. 재인 씨는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후 어머니의 한을 풀어드리고 싶었다.

그 때부터 재인 씨는 백방으로 동생을 찾기 시작했다. 동생이 사라진 남대문시장 근처를 수소문하고, 혹시 북으로 납치됐나 싶어 남북 이산가족 상봉 때 벽보도 붙여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포기해야하나 싶은 순간 재인 씨에게 기적을 가져다 준 건 과자 한봉지였다. 지난해 10월, 재인 씨는 사촌동생의 권유로 초록우산에 자신의 유전자 정보와 동생의 인적사항을 등록했다. 초록우산의 도움을 받아 크라운제과의 과자 ‘죠리퐁’ 봉지에 잃어버린 동생을 찾는다는 광고를 냈다.

“이재인 씨세요?” 정보를 등록하고 7개월뒤, 재인 씨는 믿기지 않는 연락을 받았다. 바로 ‘죠리퐁’ 과자 봉지를 보고 실종된 동생이 연락을 취해왔다는 것.

충주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던 영희 씨는 우연히 ‘죠리퐁’ 과자 봉지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했다. 미심쩍었던 영희 씨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유전자 검사까지 받아 초록우산에서 찾고 있는 인물이 본인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 5월 말 재인 씨와 영희 씨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얼싸안으며 극적으로 상봉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관계자는 “자신이 실종아동이라고 생각되거나, 주변에 출생 및 가족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신고 및 제보를 부탁드린다”며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행동으로 옮길 때, 유전자 검사를 통한 가족 상봉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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