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한의 리썰웨펀]軍이 ‘미투시대’를 피하는 방법? 진정성 논란

-軍 적폐청산위 “장군 성폭력 재조사 권고”
-군 “수용하나 처벌은 않을 생각” 진정성 있나?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군 적폐청산위원회가 국방부에 “지난 10년간 장군들의 성폭력 사건을 재조사하라”고 권고한 가운데 군 당국이 이를 수용하면서 진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군 당국이 “재조사를 하되, 가해 당사자들을 처벌하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에 ‘처벌하지 않을 거면 왜 재조사를 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졌고, 군 당국은 “분위기를 환기해 교훈을 남기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을 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지난 6일 서울 태릉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74기 육사 졸업 및 임관식에서 졸업생도들이 힘찬 분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에 오늘날 대한민국에 몰아치고 있는 ‘미투운동’의 여파로 유력 차기 대통령 후보의 정치적 생명이 끝나고, 한 중견배우가 목숨을 잃을 정도로 큰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군의 대응이 너무 한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12일 군 적폐청산위 4차 권고안을 수용해 “최근 10년간 장군 계급과 관련된 성폭력 사건의 처리 결과를 재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재조사 대상을 ‘지난 10년간 성폭력 사건에 연루된 장군’으로 한정한 이유에 대해 “적폐청산위가 그렇게 권고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군 관계자는 “장군이 아니라 그 아래 계급으로 가면 재조사 대상자가 너무 많아져 곤란하다”며 조사 대상을 장군으로 한정한 이유에 대해 부연했다.

군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장군이 연루된 성폭력 사건은 20건 미만이다.

군 적폐청산위는 군 내부 성폭력 근절을 위해 ▷장군 연루 성폭력 사건 재조사 외에 ▷성폭력 방지 정책을 관리 감독하는 독립기구 설립 ▷성폭력 예방교육 예산 증액 ▷여성차별적 여성 분리 접근방식 개선 ▷성폭력 발생 부대 불이익 조치 폐지 ▷성폭력 피해자 지원인력 확대 ▷사건 초기 국선변호사 지원 추진 ▷군 성폭력 상담관 비밀유지 권한 보장 ▷남성 피해자 지원 강화 ▷사건공개 유예제도 도입 ▷성폭력 사건 민간법원 관할권 인정 ▷성폭력 사건 군 수사관의 전문성 증진 등을 권고했다.

이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군 적폐청산위 권고사항을 대단히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관계부서는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국방부는 “이미 완료된 사건을 재조사해 처벌할 제도적 근거가 미비하다”며 장군 성폭력 사건 재조사 목적을 처벌이 아닌 제도 개선에 있다고 못박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재조사는 사건처리가 이미 완료된 기록을 놓고 당시 처리가 적정했는지를 리뷰하는 성격”이라며 “처벌 목적이라기 보다는 국방부의 성폭력 대책이 미흡하다는 시각을 전제로 정책적인 제도발전 사항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군대 밖 사회에서는 ‘미투’ 폭로로 사람 목숨이 왔다갔다 하고 유력 정치인의 운명이 오락가락할 정도로 심각한 분위기다.

여권 차기 대선주자 A씨의 정치적 생명이 끝났고, 연예인 B씨는 과거 논란으로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미투 폭로 후폭풍은 현재진행형이다.

‘소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장 예비후보 출마 선언을 앞둔 전직 국회의원 C씨는 자신을 겨냥한 ‘미투’가 터지면서 정치적 재기가 불확실한 상황에 내몰렸다. 현직 국회의원 D씨는 ‘미투’로 국회의원직 사퇴 위기에 몰렸다.

현실은 그야말로 ‘미투’로 인해 유혈이 낭자한 전쟁터를 연상케 한다.

군의 성폭력 이력은 오늘날 번지고 있는 ‘미투운동’ 시대를 훨씬 거슬러 올라간다.

남성 중심적 문화의 폐쇄적인 군 조직으로 최근 10~20여년간 여군들이 대거 배치되면서 군은 성폭력 스캔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갖가지 억울한 성추행 사연을 안고 군을 떠난 여군들, 군에 남았지만 상처가 아물지 않은 여군들, 아직도 차마 ‘미투운동’에 동참하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는 여군들이 존재한다. 이들에게 “과거 성폭력 문제를 재조사하되 처벌은 하지 않겠다”는 군의 일성은 무엇으로 여겨질까. 

soohan@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