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사이에도 궁합이 맞아야 하듯, 영화도 감독과 배우의 궁합이 맞아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 때문에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잘 표현함과 동시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배우를 캐스팅하게 된다. 감독과 배우가 여러 작품을 함께하면서 일명 ‘사단’이 형성되기도 하는데, 영화감독 이름을 들었을 때 자연스레 떠오르는 배우가 있다면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감독이 가장 사랑하는 배우 한 명을 꼽으라면 바로 송강호다. 송강호는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등 국내 최고의 감독과 모두 호흡을 맞췄다.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로 영화에 데뷔한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으로 처음 주연을 맡았고,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로 흥행배우에 올랐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괴물’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배우가 됐으며, 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로 이번 칸국제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노리고 있다. 이 밖에도 이창동 감독의 ‘밀양’, 김지운 감독의 ‘놈놈놈’ 등 최고라고 인정받는 감독과 작품에는 항상 그의 이름이 함께한다. 이창동 감독 하면 배우 설경구와 문소리가 떠오른다. 두 배우는 영화 ‘박하사탕’에 이어 ‘오아시스’에도 함께 출연하며 이 감독과 신뢰를 쌓았다. 특히 문소리는 ‘오아시스’를 통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았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에는 많은 톱스타가 출연했지만, 배우 신하균은 ‘복수는 나의 것’ ‘공동경비구역 JSA’ ‘친절한 금자씨’ ‘박쥐’ 등 무려 네 작품을 함께하며 박찬욱의 ‘페르소나’로 불리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플란더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에서 중년배우 변희봉과 함께하면서, 은퇴까지 결심했던 그를 비중있는 연기자로 재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장진 감독은 배우 정재영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킬러들의 수다’ ‘아는 여자’ ‘웰컴 투 동막골’ ‘거룩한 계보’ ‘바르게 살자’ ‘강철중:공공의 적 1-1′ 등 장 감독이 연출을 맡거나 각본을 쓴 대다수 작품에 정재영이 주ㆍ조연으로 출연했다. ‘아는 여자’를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정재영은 이후 영화배우로서 입지를 굳히며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장 감독에 의해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가 없는 장 감독의 작품은 어딘가 모르게 아쉬움을 남길 정도로 둘은 환상의 콤비를 자랑한다. 배우 김태우는 홍상수 감독과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해변의 여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 등 세 작품을 함께한 대표적인 ‘홍상수 사단’ 배우다. 홍 감독은 김태우 외에도 김상경(생활의 발견·극장전), 고현정(해변의 여인·잘 알지도 못하면서), 엄지원(극장전·잘 알지도 못하면서)과도 꾸준히 작품을 함께하며 그만의 ‘사단’을 형성 중이다. 정지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