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주택의 ‘치욕’..반값까지 추락

경기 불황 속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지만 주택 시장은 고가 주택의 가격 폭락에 따른 바이어들의 신분상승(?)이 크게 늘고 있다.

부동산정보 전문 업체 리얼티 트랙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올해 100만달러 이상 고가 주택의 평균가는 전년대비 20%나 하락했다.

또 초고가 주택의 평균가 역시 전년 250만달러 보다 50만달러나 하락한 200만달러로 떨어졌다.

이는 그간 끊임없이 지적되던 주택가 거품이 빠진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주택가 하락에 따른 구매 여건의 향상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비록 융자 조건이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수입 증명이 확실하고 일정 금액 이상의 다운페이먼트를 갖출 경우  역대 최저치를 멤도는 모기지 금리로 인해 수년전에 비해 최대 60%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00만달러 이상 고가 주택 거래수는 지난해에 비해 18%나 늘면서 증가폭으로는 지난 2008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만달러 이상 고가 주택 역시 지난해에 비해 10%에 가까운 거래 증가를 보이고 있다.

LA 일대 고가 주택을 전문으로 하는 모 브로커는 올해를 “고급 주택 바겐세일의 해”라고 칭하면서 주택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거래수가 크게 늘면서 수익 면에서는 최근 수년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브로커는 “주택가격 회복이 더뎌지고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 중단 소문이 돌면서 셀러들이 울며 겨자먹기라도 주택을 처분하려는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해 일부 바이어들은 이전에는 꿈도 못 꾸던 고가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고 전했다. 실제 이 브로커가 최근 매매한 주택을 보면 대부분 셀러 구입당시보다 30~50%떨어진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최근 캘리포니아 일대에서 이뤄진 고가 주택의 거래 현황을 보면 지난 2008년 당시 2200만달러에 거래됐던 한 주택은 최근 720만달러나 빠진 1490만달러에 시장에 나왔다.

어바인 시 인근 골프장 내 소재한 한 주택도 최근 시장에 나왔는데 이전 거래가인 850만달러에 비해 무려 170만달러 가량 떨어진 가격에 에스크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샌클레멘트 시 바닷가를 접한 한 고급 주택도 기존 1350만달러에서 크게 떨어진 1000만달러에서 거래가 진행되고 있다.

오렌지 카운티 인근의 고급 주택 구입을 물색중인 한인 사업가 김 모씨는 “브로커가 한 매물을 보여줬는데 이전에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던 고급 동네에 위치해 있었다”며 “하지만 리스팅 가격이 충분히 감당할 만한 수준이어서 현재 진지하게 구입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버뱅크 주변의 주택을 물색중인 한인 양모씨 역시 이전 100만달러를 크게 넘던 주택이 70만달러에 매물로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융자를 알아보고 있다며 주변에서도 주택가 폭락에 따라 고가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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