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지도자와 타협점 못찾아
‘승부사 잉락 vs 진격의 수텝’
태국의 반정부 시위가 한달째 계속되는 가운데 잉락 친나왓 총리가 조기총선으로 난국을 돌파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주말 최소 5명이 숨지는 등 유혈사태가 격화하자 “잉락의 집권 푸어타이당이 시위를 진정시킬 마지막 수단으로 의회해산과 조기총선을 검토 중”이라고 방콕 포스트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잉락 총리가 그동안 반정부 시위대의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의회해산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러나 반정부 시위대를 이끌고 있는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는 조기 총선을 거부하고 ‘탁신체제’ 축출을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오는 5일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 생일이 반정부 시위의 최대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텝 전 부총리는 공무원에 2일부터 ‘휴무’에 돌입하고 시위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국왕의 생일을 앞두고 총리 청사, 국립경찰본부, 방콕시경, 교육부, 두씻 동물원, 내무부, 외무부 등을 점거하는 ‘최후의 돌격’을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텝은 이날 “태국 육해공 사령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잉락 총리와 모처에서 비밀리에 회동했다”면서 “잉락 총리와 담판을 벌였지만 타협점을 찾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잉락 총리에게 이번이 권력을 국민에게 이양하기 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는 기회라고 최후통첩했고, 국민에 권력을 건네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수텝의 발언은 잉락 총리의 사임과 의원해산을 의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의원이었던 수텝 전 부총리는 반정부 시위를 이끌기 위해 최근 의원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보수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민주당은 지난 20년 동안 총선에서 한번도 승리한 적이 없기 때문에 조기 총선이 치러진다 하더라도 정국불안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동생인 잉락 총리는 지난 2010년 친(親)탁신계인 ‘레드셔츠’ 운동가들이 시위를 통해 이끌어낸 조기총선에서 승리하면서 권력을 잡았다. ‘포퓰리즘의 여왕’으로 알려진 잉락 총리는 일용직 노동자 최저임금 2배 인상, 초등학생에 100만대 태블릿 PC 무료제공 등 대중 인기 정책으로 농민과 도시빈민 등 저소득 계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