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리뷰] ‘수상한 그녀’, 누구나 꿈꾸는 청춘, 그 끝에 서 있는 가족

주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젊은 시절, 사랑만이 인생을 좌지우지했던 그 때 그 젊은 날. 절대로 ‘내게는’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늙음’에 대해 다룬 영화가 ‘수상한 그녀’다.

‘수상한 그녀’는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다. 하지만 단순히 가족영화로 단정짓기엔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너무나 많다. 모든 남자의 시선을 빼앗았던 탱탱한 젊음, 하지만 한 아이의 엄마가 된 뒤 버려야 했던 청춘, 그리고 집안의 골칫거리가 된 억척스러운 할머니까지 인생의 과정을 모두 겪은 여인 오말순(나문희 분)의 이야기가 씁쓸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려진다.

오말순은 며느리의 병으로, 자신을 요양원에 보내려는 아들 현철의 뜻을 알고 영정사진을 찍으러 청춘사진관에 간다. 사진을 찍고 나오는 순간 오말순은 ‘할머니’가 아닌 파릇파릇한 처녀로 변해버린다. 이 때부터 오말순은 오두리(심은경 분)로 새 삶을 시작하게된다.

영화는 세월의 야속함을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담았다. 가장 아름다운, 어떤 것도 두려울 게 없는 시기이자 꿈같은 사랑에 빠지는 20대를 오두리의 찬란한 나날을 통해 그려낸다.

모든 이들의 질투와 선망을 한 몸에 받는 시기가 바로 스무살, 20대다. 오두리로 태어난 오말순은 손자 지하(정진영 분)와 함께 밴드로 데뷔해 화려한 전성기를 맞이하며 음악프로그램 훈남PD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젊음은 기어코 영원할 수 없는걸까. 오말순에게 오두리의 삶을 포기해야 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 끝에는 찢어지는 가난 속에서 업고 키운 아들 현철과 손자 진영이 서 있다.

영화는 청춘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 어떤 아픔이 있더라도 무색하게 흘러가는 시간, 그리고 가족애를 휴먼 코미디로 맛깔나게 버무려냈다. 영화를 보면서도 마음이 무겁지 않은 건 웃음과 아픔이 참 잘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인을 향한 편견 역시 과감하게 깨버리는 힘을 지녔다. 전작 ‘도가니’로 사회를 향해 비판적 메시지를 날린 황동혁 감독의 변신이 화끈하다.

심은경은 이번 영화로 아역 이미지를 완벽히 벗어던질 전망이다. ‘원톱’ 여주인공으로서 웃음보와 눈물샘을 동시에 자극하며, 관객을 리드한다. 귀여운 외모에 상반되는 ‘사투리 욕연기’ 역시 돋보인다.

러닝타임 124분. 오는 22일 개봉.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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