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닉스만의 제습 성능인증…업계가 뿔났다

공기청정협회와 기준마련 주도
실험기준 등 의견수렴 안거쳐
관련기업들 “공지 없었다” 분통


국내 제습기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위닉스와 한국공기청정협회를 향한 업계의 시선이 싸늘하다.

최근 위닉스가 ‘자사의 제품이 국내ㆍ업계 최초로 획득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공기청정협회의 제습 성능(HD) 인증이 관련 업계의 의견 수렴 과정조차 거치지 않은 채 지난 2년간 위닉스와 공기청정협회 두 당사자에 의해 조용히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위닉스는 공기청정협회와 함께 약 2년 전부터 대학 연구소를 통해 서울 지역의 최근 5년간 평균습도 자료를 추출하는 등 HD 인증 기준 마련 작업을 주도해왔다.

민간단체가 특정 제품의 성능인증 기준을 만들기 위해 시장 선두 업체에 이론적ㆍ기술적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특별히 문제될 일은 아니다. 문제는 HD 인증을 준비하는데 2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음에도, 실험 기준의 타당성이나 표본 제공에 대한 다른 업체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위닉스의 홍보를 보고 나서야 HD 인증의 존재를 알았다. 심지어는 공기청정협회의 홈페이지에도 아직 관련 정보가 없는 상태”라며 “인증 기준의 타당성 검토나 사전 실험을 위한 표본 제공 등에 대한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위닉스는 지난 14일 “자사의 제습기 ‘위닉스뽀송’이 한국공기청정협회로부터 국내ㆍ업계 최초로 제습 성능을 인정받았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그동안 적절한 검증 없이 판매된 저품질의 해외 OEM제습기에 의한 소비자 피해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며 관련 업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제습기 업계는 불편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자신이 관련 민간단체와 직접 주도해 만든 성능인증을 국내 최초로 받았다고 홍보하는 것은 말 그대로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기’라는 것.

또 다른 불씨는 위닉스가 올여름 출하될 자사의 제습기에 이미 HD 인증 마크 부착을 완료했다는 점이다.

한편 인증 주체인 공기청정협회의 HD 인증업무 체계도 미흡했다.

HD 인증의 제습기업계 통보 시기와 형평성 논란에 대해 묻기 위해 공기청정협회에 담당자와의 통화를 요구했지만, 협회 관계자는 HD 인증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대신 연락처를 건네받은 CA 인증 담당자는 이후 3일간 지속적인 접촉에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

이슬기 기자/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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