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영화 ‘화엄경’으로 데뷔한 오태경은 MBC 드라마 ‘육남매’, 영화 ‘올드보이’, ‘알포인트’ 등 30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한 21년 차 배우다. 올해도 단 1미터라도 전진하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겠다는 오태경과 최근 만나 영화 ‘조난자들’의 못다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난자들’은 한 겨울, 주인 없는 펜션을 찾은 시나리오 작가가 의문의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기막힌 상황을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로 ‘낮술’을 연출한 노영석 감독의 작품이다. 오태경이 연기한 전과자 학수는 상진(전석호 분)에게 과도한 친절을 베푸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조난자들’ 제의를 받고 시나리오를 읽어봤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학수역할이 어려울 것 같았지만 매력을 느꼈죠. 도전의 가치도 있을 것 같았고요.”
학수는 산골 마을의 전과자로 후질근한 옷차림에 술을 좋아하는 탓에 얼굴은 홍조를 띄고 있다. 어리버리하면서 느린 말투는 의중을 알 수 없어 학수의 미스터리한 색깔을 더욱 부각시킨다.
“시나리오만 읽었을 때는 그렇게 후질근한 줄 몰랐어요.(웃음) 평범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의미심장한 역할만인 것은 확실했죠. 캐릭터에 제가 조금 더 살을 붙이고 꾸미면 독특하지 않을까 싶어서 국내에 없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도 있겠다는 욕심이 들었어요.”
“학수는 사람이 그리웠고 상진이 타지에서 왔다니 순전히 도와주고 싶어했던 인물입니다. 순수한 마음이 전부였죠. 학수 캐릭터를 연기하기 전, 추후에 일어날 사건에 대한 언질보다는 본능의 충실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더라고요. 학수 말투가 제 평소 말투랑 비슷해요. 다른 작품 연기할 때는 대사를 또박또박 하길 바라셨는데 여기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죠. 어눌한 말투가 더 긴장감을 주기는 하지만 일부러 그런건 아니예요.(웃음)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보고자 나만이 할 수 있는 말투를 해보자 다짐했고, 그렇게 그림을 그려놓으니 캐릭터에 대한 정리가 쉽게 됐었던 것 같아요.”

영화의 배경은 눈덮힌 외진 산골이다. 펑펑 내린 눈으로 뒤덮힌 적막한 이 마을은 곧 어떤 사건이 생길 것만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배경으로 인한 추운 날씨 탓에 촬영 중 꽤 고생했을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오태경은 “날씨 운이 있었던 것 같다”고 웃으며 전했다.
“생각보다 날씨가 춥지 않았어요. 실내 촬영일 때 비가 왔고,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에 걱정을 하면 촬영하지 않는 새벽에 내렸어요. 분명 추위는 있었지만 참을 만한 추위였어요. 날씨 운이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하하.”
‘조난자들’의 메가폰을 잡은 노영석 감독은 영화 ‘낮술’로 프랑스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에서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작품 역시 하와이국제영화제 대상 수상, 또한 토론토국제영화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산타바바라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돼 호평을 얻었다. 오태경은 노영석 감독과의 즐거웠던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제가 ‘낮술’을 진짜 재미있게 봤어요. 그런데 스태프의 이름이 한명이더라고요. 촬영, 녹음, 조명, 전부 한 사람이 한 것을 알고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감독님을 믿고 시작했죠. 시나리오도 직접 쓰셔서 작품에 대한 깊은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좋았던 점이었어요. 노영석 감독님이 현장에서 배려를 굉장히 많이 해주세요. 배우 뿐 아니라 스태프들한테도 눈이 많이와서 미끄러질까봐 조심하라고 노심초사하셨던 것이 기억이 나네요.”
‘조난자들’ 시사 이후 결말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누군가는 결말을 깊이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고 평하고, 또 다른이들은 결말에 대해 푸념을 늘어놓기도 한다.
“결말을 두고 호불호가 많이 갈리시더라고요. 저는 시나리오를 읽고 결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영화를 선택한 이유도 있었어요. 개봉 후 많은 대중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지네요.”

앞서 언급했던 ‘조난자들’은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호평을 얻었다. 이에 대해 오태경은 “감히 말씀드리자면 이 영화는 어떤 어디서든 무슨 상 하나는 받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축하하면서도 혼자 가슴 한켠으로는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라는 생각을 했어요.하하. 촬영할 때 영화 장면 순서대로 하지 않고 뒤죽박죽 진행을 하다보니 연기를 하면서도 ‘이렇게 붙겠지?’라는 예상정도만 했는데 만들어진 것을 보니 생각보다 인물들의 관계나 사건이 생각보다 시나리오 읽었을 때보다 더 잘 보여진 것 같아요.”
오태경은 현재 SBS 새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 출연을 확정짓고, 촬영 중에 있다. ‘조난자들’ 이후 틈 없이 활동을 시작한 것. 더 나아가 올해의 계획을 물었다.
“계획이 없는 것이 계획입니다. 어려서부터 연기를 쭉 했지만 그 동안 계획만 세우고 실천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많은 것 같아요. 계획은 그만 세우고 조금이라도 앞으로 전진할 수 이쓴 해를 보내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오태경에게 배우로서의 최종목표를 물었다. 그에게서 나온 대답은 연기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신념과 애정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관객 백명 만족시키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쉬울 것 같지만 굉장히 어려운거예요. 백명 모아놓고 백명 모두에게 칭찬을 듣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일 수도 있어요. 백명을 만족시키는 날까지 열심히 연기하고 싶습니다.”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