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의 브랜드화…불붙은 PB 전쟁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점포가 더 많고 더 적고의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구색을 갖추고 있냐가 핵심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업이 안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창고형 회원제 할인매장 코스트코를 예로 들었다. 까르푸 등 세계에서 내노라하는 거대 유통 공룡들이 한국에서 만큼은 두 손 들고 나갔지만 유독 코스트코의 위력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왜? 이 관계자가 내놓는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차별화된 상품구색이다. 코스트코에 가야만 살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들로 인해 ‘코스트코 구매대행’ 이라는 마케팅까지 성행할 정도로 위력이 크다는 말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단독’ 상품을 많이 얼마나 많이 갖고 있냐가 유통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엔 PB 제품에 대한 브랜드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단순한 판매채널에서 브랜드 기업화되고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에서 촉발된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엔 백화점, 편의점을 비롯해 심지어 오픈마켓과 홈쇼핑으로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가치’를 입고 ‘브랜드 기업’이 되다=최근 유통업계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잇 아이템’ 전쟁의 핵심에는 ‘가치소비’가 똬리를 틀고 있다. 대형마트 이마트는 아예 ‘생활을 바꾸는 이마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고, 롯데마트는 기존의 프리미엄급 PB ‘프라임엘’을 넘어서는 ‘프라임엘 골드’를 런칭하며 명품 PB시대를 선언하는 등 ‘PB 제품은 싸다’라는 공식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과거 대형마트 하면 생필품을 값싸게 사는 곳 정도로 인식했지만, 단순히 다른 곳 보다 더 싸다는 것은 추상적일 뿐 구체적으로 소비자들에게 강력하게 소구하는 것이 없다”며 “이제는 대형마트도 구체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로 차별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한 고위 관계자도 “대형마트 점포수가 400개를 훌쩍 넘은 상황에선 매장 시설이나 운영, 기존 브랜드 상품의 가격이 모두 상향평준화 되면서 차별화 요소가 희미해졌다”며 “이에대한 대안으로 가치 중심적인 PB상품이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의 크로거(Kroger), 일본의 이온(Aeon) 등에 PB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 미국의 데이몬(Daymon)사의 PB브랜드 자산 가치 분석에 따르면, 소비자의 PB 구매 요인을 ▷가격 ▷품질 ▷디자인의 3요소로 봤을 때 2008년엔 가격적인 요소가 47.0%로 가장 높았으나, 2013년엔 품질적인 측면이 52.0%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마트를 비롯해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이 모두 홍삼을 비롯해 LED, 비타민 등으로 이어지는 제품군에 PB 옷을 입히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와함께 이들 3사 모두 표현 방법은 들리지만 최근 PB 라인을 ‘반값 시리즈’ ‘물가 안정’으로 포장하며 저렴하게 삶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 업계가 PB를 ’가치 브랜드화’ 하면서 대형마트는 단순히 파는 곳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 실현할 수 있는 통로로 탈바꿈하는 모습이다.

▶시장 동질화…백화점도 홈쇼핑도 눈을 돌리다=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백화점과 홈쇼핑 등 판매채널이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부분은 브랜드 중복 현상이다. 이 매장 저 매장을 가나, 이 채널을 돌리나 저 채널로 돌리나 모두 같은 브랜드를 판다고 하면 소비자들은 이내 흥미를 잃게 된다. 그렇다고 가격을 확 낮출 수도 없다.

특히 업계에 따르면 시장 동질화가 심화될 수록 패션 트랜드군의 상품 매출은 주춤하고, 소비자들의 니즈가 다양해지면서 비패션 상품군의 비중이 올라간다고 한다. 패션을 간판으로 내걸고 있는 백화점과 홈쇼핑이 모두 직매입, 혹은 PB 상품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이 한섬과 리바트를 인수한 것도 한 축엔 유통을, 또 다른 한축엔 브랜드 제조를 포진시켜 토탈 라이프 스타일의 수직계열화를 이루기 위한 방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등이 각각 신세계인터내셔널과 한섬 등을 통해 해외 패션 브랜드의 판권 확보 경쟁을 벌이는 것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홈쇼핑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다만 홈쇼핑의 경우 ‘TV 채널‘이라는 공공재적 성격으로 인해 업체 마다 접근방식에서 차별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GS샵의 경우엔 PB 브랜드라는 용어 대신 ‘자산화 브랜드 전략’이라는 용어에서 볼 수 있듯 홈쇼핑-디자이너-패션제조사와의 협업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일종의 공동 브랜드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백정희 GS샵 토탈패션담당 본부장은 “홈쇼핑 업계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인터넷 쇼핑몰 등 이종 유통업계와도 경쟁하기 위해서는 상품 차별화가 관건”이라며 “패션 사업의 특성상 재고 위험이 존재하지만 마진이 크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어 의류에서 시작된 단독 브랜드 런칭이 패션 잡화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PB 제품 개발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단연 CJ오쇼핑이다. CJ오쇼핑은 자체 개발 상품을 ‘ONLYONE(온리원) 브랜드’로 통칭하고 별도 부서까지 둬 집중 관리하고 있다. 속옷 ‘피델리아’를 비롯해 아웃도어 ‘로우알파인‘(Lowe Alpine)은 물론 캐비아 화장품에 소금까지 손을 대지 않는 상품군이 없을 정도다.

CJ오쇼핑은 특히 현재 운영중인 PB 제품들을 TV홈쇼핑을 넘어 백화점, 로드샵 등으로 유통 채널을 확대하는 등 패션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방침도 세워놓고 있다. TV홈쇼핑이라는 제약된 유통 판매채널을 넘어서 브랜드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판매채널의 브랜드화 작업 및 중간 제조사화는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커다란 물줄기”라며 “특히 PB제품의 경우 이익률도 제고할 수 있어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차별화된 가치소비를 전면에 내새우고 있지만 무분별한 PB전쟁은 대형마트간 혹은 홈쇼핑간 다른 시장 동질화를 낳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서 보듯 제조업체와의 상생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오히려 사회적으로 거대 유통채널에 대한 잘못된 인식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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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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