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의 생선이야기] 임연수

임연수

연초에 몰아친 세월호 참사는 1년 내내 우리들의 가슴을 무겁게 했는데 이 해를 며칠 안 남긴 요즘 고국을 뜨거운 눈물의 바다로 만드는 사건이 터졌다. 저예산을 들여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는 지난 11월 27일 상영을 시작해서 3주만에 150만 관객을 유치하는 대단한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데 영화 상영이 끝나도 모든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흐느끼고 있다고 한다. 14세에 시집을 와서 76년을 연인으로 살고있는 89세의 소녀감성 강계열 할머니와 98세의 로맨티스트 조병만 할아버지의 사랑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뉘우침과 깨달음을 전하고 있는데, 2011년에 KBS 인간극장 ‘백발의 연인’으로 소개됐던 실화이며 기록인 이 영화는 고령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봄이면 꽃을 꺾어 서로의 머리에 꽂아주고 여름에는 개울가에서 물장구치고 가을에는 낙엽놀이 하고, 겨울에는 눈싸움하며 매일을 신혼같이 알콩달콩 사시다가 촬영 말미에 할아버지를 떠나 보내는 이별의 아픔을 보여 주는데 ,두분이 함께 한 76년의 삶에 함께 나누신 “사랑해요”,”맛있어요”,”좋아요”,”이뻐요” 는 우리들의 메마른 가슴에 채워야할 귀한 말씀이다.

다큐멘터리 ‘백발의 연인’을 보며 어머님 생각에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는데 무심한 남편과 평생을 사시며 사랑한다는 말 한번 들어보지 못하시고 오직 자식들만 보시며 사셨던 어머님께 자식들은 뭘 해드렸나 하는 자책감에….해마다 음력 10월18일 어머니 생신을 아이들과 함께 기억하곤 했는데 올해는 뭐가 그리 바쁜지 까맣게 잊고 보낸 죄스러움이 더 가슴을 아프게 한다.

오늘 임연수라는 생선을 쓰려고 하니 더욱 어머니가 그리운 것은 “우리 둘째는 이면수 껍데기를 좋아하지”하시며 밥 위에 얹어 주시던 우리 어머니!.

임연수어는 쏨뱅이목 쥐노래미과의 한류성 바닷물고기로 북태평양의 오호츠크해와 일본의 홋가이도,우리나라 동해지역의 수심 100~200m의 암초지대에 서식한다. 지방에 따라 이민수,이면수,새치,청새치,가르쟁이,다롱치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영어명인 atka mackerel은 유명한 임연수어 어장인 알래스카 남부의 아토카섬의 이름이다. 임연수어는 가격도 제법 비싼 고급 물고기로 대접 받지만 예전에는 동해안에서 어부들에게 ‘횟데기’라는 이름으로 천대받는 생선이었는데 이유는 먹성이 워낙 좋은데다 좋아하는 먹이가 동해안 어부들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명태세끼( 노가리)를 주로 먹기 때문이다. 서유구의 난호어묵지에는 “관북의 바다에서 난다. 배는 불룩하고 몸은 좁고 등은 푸르고 배는 희다. 비늘은 잘고 눈은 작다.복과 아주 닮았으나 머리가 크고 양볼이 넓다. 옛날에 이 물고기를 많이 잡은 사람 이름이 임연수라 생선 이름을 임연수어라 불렀다”고 기록이 있으며, 함경도에 임연수라는 원님이 있었는데 성정이 포악하고 탐욕스러워 여종이 이 생선을 못된 원님 썰듯이 토막을 내며 불렀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속설도 있다. 임연수어는 껍질이 얼마나 맛이 있는지 “서해안 사람들은 숭어 껍질에 밥을 싸 먹다가 가산을 탕진했고 강원도 사람들은 임연수 껍질 쌈밥만 먹다가 배까지 팔아 먹었다”는 속설이 지금까지 내려온다.

또한 임연수 쌈밥은 애첩도 모르게 먹으며 어느 부자가 임연수 껍질 맛에 빠져 3년 만에 가산을 탕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니 한번 도전해 보시기 바란다. 9월부터 산란을 하는데 11월에서 2월까지가 제철로 가장 맛이 좋다.

우리가 먹는 임연수어는 거의가 러시아산으로 비린내가 없으며 맛이 담백하고 고소하며 영양이 풍부해 생선을 꺼려하는 사람들도 즐겨 먹으며 단백질과 지질의 함량이 풍부한 고 칼로리식품이다. 칼슘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골다공증이 염려되는 성장기 어린이나 여성에게 좋으며,비타민 A는 시력을 보호하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시켜주고,성장을 촉진시키고,각종 뇌질환을 예방하고 각기병,현기증을 막아주는 비타민 B1도 다량 함유되어 있다. 갓 잡은 임연수어는 회로 먹기도 하며 튀김,조림,매운탕으로 먹지만 제대로 맛을 느끼려면 가는 비늘 잘 긁어내고 굵은소금숭숭 뿌려 놓았다가 숯불에 천천히 구워 먹어야 좋다. 노릇노릇 구운 껍질에 밥을 싸 먹으면 가히 천상의 맛이 아닐까 .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강을 건너지마오’를 꼭 보시기를 권하며 이 해를 보내기 전에 주위를 한번 더 둘러보고 소외된 이웃과 외로운 이들에게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겨울이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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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한남체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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