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의 생선이야기] 매생이

매생이

지난 한 해 동안 일어났던 많은 일들을 뒤돌아 보며 가슴에 남는 아쉬움의 여운은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욕심 때문일까? 이제 4년차에 들어선 골프 경력에 올해는 꼭 보기게임을 해야지 하고 다짐을 했지만 결과는 지난 연말이나 똑같은 스코어에 머무르고 말았다.

시간이 없으니 연습도 못하고, 일주일에 한번 나가서는 , 컨디션이 어째서 하는 흔히들 쓰는 온갖 핑계를 다 동원해봐도 변명일 뿐이다. 어느 날은 전반에 생각대로 잘 맞아서 오늘은 기록을 깨는구나 하고 기대를 하면 후반에 엉망진창 곤두박질을 하고, 전반에 벙커에,헤저드에 빠지며 의기소침해서 당분간 골프채를 멀리할까 하면 후반에 치는 대로 쏙쏙 홀컵에 빨려 들어가며 환희에 빠지게 하니 조그마한 골프공 하나가 제법 인생의 연륜이 쌓였다고 자부하는 필자를 울리고 웃긴다.

스코어는 줄이지 못했지만 다행히 올 한해는 크게 얻은 것이 있으니 골프 선배들이 수없이 조언하는 힘을 빼는 것을 가슴에 담은 듯 한데 ,멀리 보내고파 힘이 들어가고 상대방을 이기고 싶어 힘이 들어가고,벙커에서 탈출하려고 힘이 들어가고, 빨리 가려고 하다 보면 헤저드에 빠지는 참담한 결과로 결국은 골프를 망치는 현실에서 필자는 우리의 삶을 보게 되었으니 올 한해는 정말 값진 소득의 해라는 생각이 든다.

골프채를 쥔 손에서 힘을 빼고 가볍게 칠 때의 느낌으로 가슴에 꽉 차있던 고집을 빼는 노력을 하니 그동안 막혀있던 답답하고 힘들었던 삶의 응어리도 술술 풀어지며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니 이보다 더 큰 깨달음이 어디 있겠는가.

다사다난의 한해를 보내며 가슴과 장에 쌓인 온갖 노폐물을 깨끗히 씻어 줄 완도,강진의 보물 매생이탕으로 이해를 마무리할 까 한다.

갈매패목의 녹조식물인 매생이는 외형은 파래와 비슷하나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늘며 부드럽고 조류가 완만하고 물이 잘 순환되는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 매생이는 순수한 우리말로 “생생한 이끼를 바로 뜯는다 ” 는 의미이며 만조 때는 바닷물에 잠겨 바다속 영양분을 섭취한 뒤 물이 빠지는 간조 때는 태양 에너지를 받고 자라는 각종 영양 성분이 풍부한 영양의 보고이다.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4월이면 쇠퇴하며, 11월에서 2월까지 채취하는 것이 식용으로 출하되는데 향기로운 갯내음과 함께 느끼하지 않으며 입안에 착 달라붙는 질감과 혀끝에 감기는 부드러운맛, 먹고난 후에 입안에 감도는 담백하고 개운한 느낌은 겨울철 별미로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누에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총총하며 길이가 수척에 이른다, 빛깔은 검푸르며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워 서로 엉키면 풀어지지 않는다, 맛은 달고 향기롭다”고 기록했으며 동국여지승람의 기록에는 장흥의 왕실 진상품으로 기록되어 있다. 남도지방에는 “미운 사위에게 매생이국 끓여준다”는 속담이 있는데 매생이국은 아무리 끓여도 김이 잘 피어오르지 않아 모르고 후르륵 마시다 입안에 화상을 입기 쉬워서 나온 말이니 매생이국을 드실 때 꼭 조심하시기 바란다.

지난 19일 SBS ‘좋은아침’ 프로그램에서는 한의사 왕혜문,방송인 성대현,요리연구가 신효섭씨가 출연해 숙취해소에 좋은 ‘매생이굴죽’을 추천했는데 매생이에는 수용성 식이섬유인 알긴산이 체내 노폐물 배출을 돕고 숙취 해소에 좋은 아스파라긴산이 콩나물의 3배나 들어 있다고 한다.

또한 매생이는 담배를 끊지 못하는 흡연자들에게 적극 권하고 있는데 담배의 독인 니코틴을 중화시켜주는 효과가 있으며 아울러 간장의 기능을 높여주는 효능 또한 크기 때문이다. 매생이에 다량 함유된 칼슘과 철분은 빈혈예방에 도움을 주며 성장기 어린이의 발육과 골다공증에 좋고, 풍부한 비타민 A,B,C,E 는 겨울철 거칠어지는 피부보호에 아주 좋으며, 각종 무기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아 대장의 연동운동을 활발하게 해주어 변비와 다이어트에 최고의 식품이다.

우리가 자주 먹는 ‘매생이굴국’은 여성들의 피부미용과 다이어트및 빈혈에 큰 효능이 있으며 굴에 함유된 아연 성분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돕고 정자를 형성하는 효능이 크며 다량 함유된 타우린 성분은 뇌기능 활성화에도 참 좋은 식품이다.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에 잦은 술자리가 마련되는데 소흘히 넘기지 말고 꼭 매생이굴국으로 마음도 몸도 깨끗히 씻어 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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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한남체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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