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없는 뉴스에 비판적 시각도 실종
공정성 논란 KBS 공영방송 역할론 강조
JTBC 특화된 아이템으로 지상파와 승부
대한민국의 민낯을 마주한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언론인들은 스스로 “세월호와 함께 언론윤리도 침몰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기자는 ‘기레기’(쓰레기와 기자의 합성어)로 불렸다. 무비판적 받아쓰기는 오보로 이어졌고, 속보 경쟁에 치우쳐 선정적인 헤드라인의 기사를 쏟아냈다. 현장중계식 보여주기 보도에서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배려는 사라졌다. 더불어 공영방송 KBS는 세월호 침몰사고 보도과정에서 분출된 독립성 공정성 논란이 청와대 보도 개입 의혹으로 확산되며 사장까지 교체됐다. 그 후 1년이 지난 현재 방송뉴스, 특히 공영방송의 뉴스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공영방송의 거버넌스가 구축되지 않는 이상 쉽게 기조를 바꿀 수 없다”(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견해도 나온다.
지상파 방송3사 뉴스의 경우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회이슈를 축소보도하거나 외면하고, 정치뉴스 보도에선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기에 급급하다는 점, 연성화된 아이템을 나열하는 방식이 문제로 제기된다.
지난 11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유가족을 비롯한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의 충돌이 있었다. 최루액까지 동원된 집회현장이었나, 이날 지상파 방송3사와 보도전문채널 YTN의 메인뉴스에선 관련 소식이 등장하지 않았다. 12일 돼서야 오전 뉴스 등에 해당 소식이 나왔다. 해당 뉴스가 보도된 건 JTBC 메인뉴스 뿐이었다.


대통령 보도와 정치 현안이 엮이면 편향적인(?) 시각을 담지 않으려는 강박이 드러난다. 지난해 12월 비선 국정개입 문건에 “찌라시에나 나오는 이야기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 지상파 3사 메인뉴스는 해당 발언을 시작으로 여야 반응을 이어붙이며 기계적인 균형 맞추기에 급급했다. 균형이라도 맞춘다면 다행이지만, 당시 MBC는 ‘찌라시는 누가 왜 만드나’라는 보도를 내보내며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꼽은 12월의 나쁜 보도에 이름을 올렸다. MBC의 경우 민언련이 지난해 6월부터 방송사 메인뉴스를 보도 대상으로 매달 선정하고 있는 이달의 좋은 보도와 나쁜 보도에 9차례나 올랐다. 모두 나쁜 보도였다.
알맹이 없는 뉴스도 여전했다. 기사의 숫자와는 무관하게도 양적 팽창이 뉴스의 질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특히 정치이슈와 관련한 사안일 경우 이에 대한 역사적ㆍ사회적 의미와 해석, 다양한 갈등상을 담아내지 않는다. 최근 보도전문채널 YTN의 뉴스에 두드러지게 제기되는 비판이다.
총체적 난맥상에 도달한 듯 보이지만 방송뉴스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KBS의 경우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사장이 교체되며 보도국 분위기가 변화를 보인 부분도 있다. ‘공정성 시비를 뿌리뽑겠다’고 선포한 조대현 KBS 사장은 지난달 공사 창립 42주년 기념식에서 방송사 최초로 ‘공정성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다만 내부의 반응도 엇갈린다. KBS 보도국의 한 기자는 “뉴스 공정성에 대한 제작진과 간부들이 인식차가 존재한다”며 “고무적인 부분도 있다. 과거엔 발제된 아이템의 내용과 방향이 아예 뒤바뀌는 식이었다면, 현재는 토론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데스트의 가치 판단에 따라 결정되니 구조적인 문제가 야기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미디어학부)는 “공정성 가이드 라인 역시 부족한 점은 많으나, 사례를 축적해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SBS는 연성화 뉴스에 매달리던 공영방송보다 나은 평가를 받는다. 특정 부분을 지향하지 않은 팩트 전달과 하루의 뉴스 중 상기할 만한 지점을 한 번 더 정리하는 클로징 멘트가 SBS 메인뉴스의 특징이다. 추락한 공영방송의 보도관행에서 이어진 반사이익으로 SBS는 타사 보도국의 모니터링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정통적인 저널리즘에 입각한다면 50분 분량의 메인뉴스에서 팩트를 간결하게 전달하되 시청자가 취사선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타방송사의 보도국 기자는 말했다. 다만 이미 노출된 짧은 뉴스의 나열과 기계적인 중립이 방송뉴스의 지향점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JTBC의 경우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의 목소리를 실으며 대중의 신뢰를 얻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방송사 가운데 유일하게 후속보도를 따라갔다. 당시 ‘편향성’에 의문을 제기한 시각도 많았으나, 최진봉 교수는 “JTBC는 다른 방송이 외면한 보도를 다루고 있으며, 진보적이라기 보다는 공정한 뉴스다. 이는 달리 이야기하면 다른 방송의 뉴스가 얼마나 편파적인 것이냐는 반문”이라고 봤다.
지난해 9월 100분 뉴스로 확대편성한 JTBC ‘뉴스룸’은 ‘한 걸음 더 들어가는 뉴스’를 기치로, 지상파와 정면승부했다. ‘탐사플러스’나 ‘팩트체크’, ‘앵커브리핑’은 물론 최근 ‘무상급식’을 ‘보편적 급식’이라고 부르겠다는 선언에선 JTBC의 가치 판단 기준이 여실이 드러나며, 타사에서 다루지 않은 아이템을 보다 깊이 있게 다룬다는 특장점이 있다.
하지만 ‘뉴스룸’ 역시 불필요한 뉴스에 과도한 시간을 내주는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 7일자 ‘밀착카메라’는 ‘하얀 벚꽃의 터널 장관…여의도 북적’이라는 아이템으로 무려 6분 이상을 끌었다. 부족한 인력으로 시간을 늘린 부작용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와는 별개로 여전히 손석희 보도담당 사장의 맨파워에 기대있는 JTBC뉴스 기조는 ‘손 사장 부재’ 이후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모바일로 수많은 정보를 소비하는 뉴스 과부하 시대에 살고있는 대중은 TV 앞을 빠른 속도로 떠나고 있지만, 방송뉴스는 여전히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뉴스 홍수의 시대’를 맞이하며 방송뉴스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는다.
공영방송의 역할론이 강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형철 교수는 “정보가 홍수가 되고, 진실이 참인지 모르는 시대에 신뢰를 바탕으로 한 뉴스를 통해 판세가 돌아가는 방향이 읽히고, 다양한 시각과 견해를 알아볼 수 있는 장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특정 성향을 가져 줄기를 끌고 가는 뉴스만 존재한다면 시청자 역시 혼란이 생긴다. 공영방송에서 균형을 잡아 시청자들이 스스로 가치판당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온갖 가십성 이슈가 난무해 진짜 뉴스를 가려버리는 시대에 “방송뉴스의 매거진화”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미 쏟아진 뉴스를 다루며 속보경쟁에 치우치는 방송뉴스는 경쟁력이 없다. 디지털 시대의 방송뉴스는 매거진화를 통해 방송사의 색깔을 드러내는 시각을 가지고 아이템을 선별해 깊이있게 다루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단 우리의 현상만은 아니다. ‘쓸모없는, 짧은 뉴스’의 홍수 속에서 알랭 드 보통은 “사건이 의미하는 바를 설명하려 분투하고 개념이나 사건을 판단할 수 있는 가치의 척도를 제시하는 것”(뉴스의 시대)이 뉴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